[금융산업 판 커진다] ‘개혁 1순위’ 은산분리 놓고 전문가들 갑론을박

입력 2018-08-0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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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성장 가로막는 낡은 규제” vs “대기업 경제력 집중 더 부각될 것”

최근 국회와 정부를 중심으로 은산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개혁이 우선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인터넷은행이 규제에 막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에 인색한 태도를 보였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규제 완화는 사실상 실행만 앞두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은산분리 완화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팽팽히 맞선다.

업계의 목소리는 은산분리 완화에 기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대출 규모를 늘리려면 자본 수혈이 불가피하지만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주주들이 투자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 역시 “혁신하기 위해선 은산분리 완화가 잘 돼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동조하는 전문가들은 낡은 규제를 고집하다 보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임병화 수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금융 기업들이 혁신 ICT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핀테크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국내 은행들은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ICT 기업 인수나 지분 투자에 제약을 받는다”며 “정부가 핀테크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는 것이 목적이라면 은산분리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군희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핀테크 시대에 은행과 산업 간 자본의 교류를 막는 은산분리는 금융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될 뿐”이라며 “은산분리 규제를 철폐하지 않고는 은행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은행의 ‘사금고화’ 우려에 대해선 제도적인 장치가 충분하다며 현시점에서 은산분리는 과도한 규제라는 것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57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사금고화를 운운하면서 여전히 은산분리 규제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된 주장”이라며 “이미 은행법에서는 동일인 여신 한도규정을 둬 제도적으로 사금고화를 차단한 지 오래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재벌’기업 구조 아래에서는 은산분리 완화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은 레버리지가 높은 시스템 리스크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재벌 기업이 (은행에) 투자하기 시작하면 경제력 집중 문제가 더 부각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핀테크 발전을 위해 규제 완화를 하겠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 그는 “정부가 핀테크 산업을 발전한다는 명목으로 규제 완화를 추진하려고 하지만 인터넷은행과 핀테크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인터넷은행의 자금조달 문제는 다른 기업이 참여함으로써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며 규제 완화 얘기까지는 무리라는 비판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인터넷은행이 자금이 더 필요하다면 다른 기업들이 지분에 참여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과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은행이 힘이 세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대기업이 우월적인 지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만약 기업이 자금을 맡겼다가 빼려고 하면 은행에서 난리가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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