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그가 등장했다는 사실을 두고 이건 깜짝 이벤트가 아니라 연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에 대해 청와대는 “의전실에서 연락해 (배씨가) 참여한 것”이라며 “이전에 만난 국민을 다시 만나 사연과 의견을 경청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의 이런 해명을 들으면, 연출은 아니었지만 처음부터 깜짝 이벤트를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이번 문 대통령의 호프 미팅이 깜짝 이벤트였는지 아닌지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깜짝 이벤트였는지의 여부보다는 이번 미팅의 가시적 결과물이 나올 것인가 하는 점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여름을 옥탑방에서 맞고 있는 박원순 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박원순 시장이 고생하고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여기서도 이런 ‘경험’의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벤트의 결과물이 중요한 이유는, 과거부터 시장 가서 순대 먹는 정치인들의 결과물 없는 서민 코스프레에 국민들은 수없이 실망했기 때문에, 소통을 중시한다는 이번 정권은 과거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서민들을 만나서 직접 얘기를 들어야만 그들의 고충을 알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당사자의 고충을 직접 듣는 것도 중요하다. 직접 얘기를 들으면 고충에 대한 심층적인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시간 20여 분 남짓한 시간에 여러 명의 얘기를 들었다는 것은, 서민들의 고충의 깊은 단면을 들었다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그 정도의 시간 동안 나올 수 있는 얘기는 ‘간접적’으로 충분히 인지할 수 있거나, 이미 인지하고 있는 얘기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그 자리에서 처음 듣는 말들이 있었다면 이것도 문제다. 왜냐하면 그건 민심에 아주 둔감하다는 얘기고, 그런 식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떻게 됐든, 이번 이벤트에서 나온 얘기들을 반영하는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있다면 오케이다. 즉, 이미 알고 있던 얘기를 다시 들었든, 아니면 처음 들었든 간에, 결과물만 나온다면 그런 이벤트는 매일 해도 좋다는 말이다.
그런데 만일 결과물 없이 이벤트만 한 셈이 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제 이벤트라는 이름의 감성 정치는 더 이상 국민들에게 감흥을 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 정권도 이제 출범한 지 1년 하고도 3개월 정도 지났다. 그래서 이제는 정권 담당자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해서 무엇이 어떻게 좋아졌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청년 실업을 비롯한 국민들의 삶에 관한 문제가 어떻게 개선됐고, 앞으로 어떤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호프 미팅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참여한 이들의 ‘아우성’은 이벤트로 부를 수 없는 처절한 삶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래서 이들 호프 미팅 참여자들은 자신들이 낸 목소리에 대한 정부 차원의 반응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은 소리가 없다. 그럼에도 이번 정부는 다른 정치인들이 보여줬던 모습과는 다른 반응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