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다시 항공업계 M&A의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모기업인 애경그룹이 다른 항공사 인수 의지를 내비친 데 따른 것이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과 잠재적 M&A 가능성이 점쳐지는 아시아나항공·진에어를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2일 애경그룹 관계자는 “최근 저가항공사(LCC)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있다”며 “인수·합병(M&A) 시장에 항공사 매물이 나오면 가격을 따져보고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항공사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M&A 가능성은 절대 없다”며 극구 부인하던 것에서 태도가 급격하게 바뀐데 따른 것이다.
실제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는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M&A 계획을 묻는 질문에 “지금까지 일하면서 M&A 관련 업무를 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임기 동안 M&A를 통해 회사의 성장을 도모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단언했다.
제주항공이 항공사 M&A에 나설 경우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인수 후보는 대한항공 계열 LCC인 진에어다. 진에어는 현재 면허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청문회 결과에 따라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LCC 1위 제주에어와 2위 진에어가 합쳐질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두 항공사가 차별화된 노선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제주항공의 경우 LCC 본연의 사업 모델에 충실하겠다는 방침 아래 단일 기종, 단거리 항공기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진에어는 경쟁사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미국 하와이,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호주 케언스 등 장거리 노선 운항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진에어의 이같은 전략이 대한항공 계열 LCC라서 가능하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진에어는 장거리 노선 운항을 위해 복수 기종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비 비효율성을 대한항공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여기에 진에어가 매물로 나오는 과정에서 한진그룹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단숨에 대형항공사(FSC)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동안 FSC가 사실상 독점해온 노선 운항에 나설 경우 LCC로서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성장 한계를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높은 부채 비율 등이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내년 새 회계기준이 적용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1000%대를 넘어서게 된다.
한편, 제주항공 측은 이에 대해 "제주항공은 M&A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