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관련 업계에서는 BMW 화재 원인과 관련해 ‘제어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부터 제기된다. EGR의 경우 국내·외 모두 같은 부품 쓰고 있고, BMW 역시 동일부품 사용을 인정한 바 있다. 다만 같은 부품을 사용하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화재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에는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주요 자동차 공학계는 이 점을 주목하고 있다.
민경덕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세계적으로 같은 부품을 사용하는 같은 차인데 국내만 화재가 발생한다는 것은 특수한 환경(소프트웨어)이 있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BMW 측은 정확한 자료를 (국토부에)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운영 프로그램이 문제를 일으켰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EGR 모둘 이상이 화재 원인이라는 주장은 BMW의 치팅(속임수)으로 보여진다”며 “운영 프로그램을 잘못 운영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는 다양한 발화 가능성 가운데 콕 짚어 한 가지만을 지목한 것에도 의구심을 품고 있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 외에 환경부까지 나서 화재 원인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환경부는 과거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당시 EGR 분석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며 “전문성 측면에서 국토부보다 낫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환경부도 BMW 화재 원인 규명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MW가 제조비를 아끼려 일부 부품을 무리하게 교체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전문가 A씨는 “화재의 인과 관계 따져보면 엔진의 커버부터 불이 붙었다”며 “BMW 520d의 경우 서지탱크(엔진에 들어가는 공기 채워두는 곳)가 플라스틱 소재라 녹아서 구멍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지탱크 구멍 나게 한 것은 알려진 대로 뜨거운 배기가스”라고 덧붙였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디젤차는 BMW와는 달리 서지 탱크에 금속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BMW가 의도적으로 엔진 부품 결함을 EGR 문제로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BMW 측의 주장대로 EGR 문제라면 단품 교환이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비교적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엔진의 주요 부품에 결함이 판명되면 최악의 경우 재인증 절차가 필요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도마 위에 오른 EGR의 경우 고무와 섬유질 등의 소재를 통해 제작된다. 폭염을 비롯한 가혹한 조건(급발진, 급제동)과 차주의 관리 소홀 등 문제가 반복되면 충분히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당시 EGR을 평가했던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B 연구원은 “제어 소프트웨어 작동시켰는데 결국 하드웨어가 그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문제가 결국 하드웨어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