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표 국회 산자위원장 “신재생에너지는 경제성·환경 문제 대두... 대기업 살아야 中企·실물경제 숨통”
일각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전력수급 문제가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원전의 가동률을 낮춰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여기에 영국에 원전을 수출하기 위한 한국전력공사의 프로젝트도 제동이 걸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부의 탈원전 기류에 “문제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도 탈원전 정책이 최우선 현안으로 떠올랐다. 20대 국회 상반기에서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맹공을 퍼부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탈원전 정책을 보호하기 위해 애썼다. 폭염과 원전 수출의 급제동이란 위기 상황에서 하반기 산자위에서도 탈원전에 대한 설왕설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투데이는 지난달 30일 하반기 산자위 위원장으로 선출된 홍일표(62·인천 남구갑) 한국당 의원을 만나 대책을 들어봤다.
홍 위원장은 탈원전 정책에 대해 “조급하다.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탈원전 정책 1년 만에 원전 가동률 하락에 따른 발전 비용이 증가했고, 산업용 심야 전기 인상도 우려된다”면서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가 얼마나 제대로 할 수 있는지 확인을 거쳐 원전 철폐로 가야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에 따라서 월성 1호기를 폐쇄하고 신규 원전 4기 백지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원전 가동률을 줄이다 보니 발전단가가 비싼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위주로 발전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연일 폭염이 계속되자 올 1월 원전 예정 정비 등으로 57%에 그쳤던 원전 가동률을 이달 들어 70%로 끌어올렸다. 이에 대해 홍 위원장은 “우리가 에너지 수급을 원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각인시켜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위원장은 “정부는 탈원전의 대안으로 태양광, 풍력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확대를 제시했지만, 환경 파괴와 경제성 때문에 각종 민원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는 땅이 좁은 데다 일조량도 부족해 태양광발전에 적합하지 않고, 북유럽처럼 대규모 풍력 단지를 세울 입지 조건도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속도가 너무 빠른 정책은 결국 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무어사이드 원전 개발 사업권을 가진 뉴젠의 모회사인 일본 도시바가 지난달 한전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해지를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국영기업 등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 엎어진 것. 산업자원부는 원전 계약 및 운영 방식을 둘러싸고 양측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탈원전 정책이 이번 협상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현지에서도 나온다. 인터뷰 당시 홍 위원장은 “원자력 산업뿐만 아니라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철강·디스플레이·화학 등 우리의 수출 주력 산업들의 기반까지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는 전문가들의 제언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탈원전을 비롯한 국가 에너지 정책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탈원전 정책의 속도 조절에 이어 홍 위원장은 “규제 개혁의 필요성이 요즘처럼 절실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기본적인 인식이 잘못됐다”면서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부의 양극화 해소는 ‘낙수효과’를 통해 이뤄야 하는데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많다 보니 대기업의 협력·하도급 업체로 연결된 중소기업도 다 죽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에 대해 과감한 투자를 해야 중소기업이 살아나 실물경제도 숨 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 문제는 규제해야겠지만 그게 아닌 경우는 워낙 공격적이어서 기업이 기가 죽었다”며 “대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책임이 크다. 청년들이 대기업에 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대기업이) 좋은 일자리인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홍 위원장은 “국회에서 법적·제도적인 뒷받침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힘줘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 법안이 여럿 발의돼 있다. 19대 국회에서 한국당이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법’등을 발의했고 20대 국회에 들어서는 올해 3월 민주당이 ‘규제혁신 5법’을 발의했다. 마침 지난달 25일 여야 원내대표가 회동을 하고 투자 활성화와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한 규제혁신 관련 법을 8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는 “경제 살리기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는 만큼 관련 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여야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19대 국회에서도 산자위 활동을 하며 중소기업 발전을 위한 법안을 다수 발의한 홍 위원장은 최근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에 고용·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업종별로 구분해 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는 “최저임금이 2년 새 29% 올랐다. 일반 대기업 근로자는 이에 상관없는데 자영업자들은 1명 내지 5명 미만의 근로자를 고용하다 보니 고용 급감과 자영업 폐업이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수입구조 자체가 좋지 않아 인건비를 통해 생활을 꾸리고 있는데 인건비의 수익마저도 얻을 수 없다 보니 ‘사업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홍 위원장에 따르면 현행 최저임금법에는 사업의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해 다르게 결정할 수 있는 근거가 있음에도 업종 구분 없이 획일적으로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함으로써 업종별 실질 임금 격차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법에는 이의제기가 있을 경우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위원회에 재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현행법에는 이에 대한 기한이 명시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홍 위원장은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정책 전환을 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 중기중앙회와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에 이어 중소기업계에서도 이의제기를 했는데 고용노동부는 재심 요청에 응답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그가 발의한 개정안에는 최저임금안에 이의제기가 있을 경우 10일 이내에 재심의를 요청하도록 못 박는 내용도 포함됐다.
산자위에서의 또 다른 주요 현안은 ‘자동차 관세’ 문제다. 미국은 이르면 9월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수입차에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현실화되면 일자리 13만 개가 위협받고 11조 원가량의 부가가치가 사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홍 위원장은 “충격은 자동차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며 “자동차는 제조업 생산의 14%, 수출의 11%를 차지하고 177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면 주력 산업으로, 자동차가 무너지면 우리 경제 전체가 휘청거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홍 위원장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의 경우 미국발 관세 폭탄에 대비해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담판했던 사례를 들었다.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은 지난달 25일 백악관에서 3시간에 걸쳐 정상회담을 하고 무역협상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추가적인 관세 부과조치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철강과 알루미늄 고율 관세에 이어 자동차 관세로까지 확대될 뻔했던 것이 정상 간의 회담을 통해 한고비를 넘겼다.
그러면서 홍 위원장은 ‘투 트랙’으로 움직일 것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에 대한 설득을 강화하는 동시에 EU, 아세안, 남미 국가와의 연대를 통해 자유무역을 통해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이미 우리는 세계 대부분 경제권과 FTA를 체결했지만, 앞으로 강화될 무역전쟁에 대비해 관세율을 FTA 수준으로 인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일표 국회 산자위원장은…>
20대 국회 후반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인천 남구갑)은 판사 출신의 3선 의원이다. 1956년생 충남 홍성 출신으로 홍성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사법시험 23회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사법연수원 14기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연수원 동기 사이이기도 하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 재임 시절인 2007년 정무부시장을 지냈고, 인천 남구갑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18대 국회에 입성한 뒤 19대와 20대까지 3선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