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유가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던 이유는 세 가지다. 한국투자증권이 발표한 ‘8월 원자재 전망’에 따르면 우선 OPEC 정례회의 이후 증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또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 국가들에 수입 규모를 ‘제로’로 언급한 가운데, 리비아와 캐나다에서 공급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가 상승세를 야기했던 요인들이 완화되면서 7월부터 유가는 다시 배럴당 70달러(WTI 기준) 아래로 내려갔다. 7월 발간된 OPEC 보고서에 따르면 OPEC 산유량 증가에 따라 감산 이행률은 20%가량 하락했다. 특히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등 증산 여력이 남아있는 국가 위주로 산유량이 증가했다.
아울러 11월까지 동맹국들에게 이란산 원유 수입 규모를 ‘제로’로 만들겠다며 강경 노선을 보여왔던 미국이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일부 국가들에 대해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조치를 면제해줄 수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 역시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제로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아 예외사항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또 리비아의 엘필(El Feel)유전의 원유생산 중단 선언이 철회되면서 공급 차질이 일부 해소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가는 당분간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8월에도 상방·하방 리스크가 혼재해 있어 횡보세 유지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리비아 공급 차질 문제 불완전 해소 △베네수엘라 산유량 감소 △이란발 공급차질 우려 등은 상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OPEC과 비OPEC의 증산, 유가 상승 억제를 위한 미국의 대이란 제재 강도 조절은 유가의 상단을 제한할 것이다.
우선 리비아는 샤라라 유전에 무장단체가 공격을 가하면서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리비아 국영 석유회사(NOC)는 자위야(Zawiya) 터미널의 원유 수출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베네수엘라 역시 산유량 감소세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유 매장량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의 경제제재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시추를 위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 역시 산유량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의 7월 산유량은 전월 대비 10만 b/d 감소했다.
다만 지나친 유가 상승을 원치 않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추가 유가 상승은 대이란 제재 강도 조절로 이어질 수 있다. 이란을 재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이란의 원유 수출을 최대한 제한해야 하지만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계하는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달 6일부터 이란에 대한 몇몇 경제 제재가 시작되지만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 강경한 기조를 이어나가기는 힘들 가능성이 높다.
또 사우디와 러시아는 증산을 통한 유가 안정화 의지를 지속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로이터 서베이에 따르면 사우디를 비롯한 쿠웨이트, U.A.E.의 산유량은 7월에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러시아의 알렉산더 노박 에너지 장관은 “자신들에게 할당된 증산 규모인 20만 b/d 그 이상으로 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