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ERCG 사태를 계기로 채권시장의 고질적인 학연 카르텔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실제 몇몇 대학 출신 채권 딜러들이 시장을 움직이면서 비슷한 사태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실화 사태와 관련된 거래 당사자들 다수가 채권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고려대 모임’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CERCG 사태와 관련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증권사와 운용사들의 거래 당사자들 중에는 고려대 채권방 출신들이 다수”라며 “브로커와 IB 관계자 위주로 구성된 대화방에서는 거래 성사를 위한 다양한 정보들이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인맥은 과거부터 채권 시장의 주도 세력으로 자리 잡아왔다. 실무자 간 채권거래 공식 채널인 K본드 메신저에는 고려대학교 대표응원가 ‘엘리제를 위하여’에서 이름을 딴 모임방 ‘엘리제’가 있다. 이 방은 고려대 출신 브로커와 IB업계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시장은 대부분의 거래가 장외에서 이뤄지다 보니 이너서클(inner circle)이 큰 힘을 발휘한다”며 “특히 인적 네트워크에 강한 고려대 출신들이 채권 시장에서 결집력이 강하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은 폐쇄적 시장이다. 시장에 참여하는 구성원의 숫자 자체가 적어 인맥 네트워크 형성이 중요하게 평가받는다. 채권 시장에서는 장외 채권거래에 메신저가 사용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학연이나 나이로 뭉쳐진 모임들이 생겨났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학연 출신의 방들은 많이 사라졌지만 현재까지도 채권시장에서는 고려대를 비롯해 △청송대(연세대) △금잔디(성균관대) 등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학교보다는 비슷한 연령대로 구성된 모임들이 만들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