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입찰제ㆍ후분양제ㆍ재건축 연한 연장 등 거론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정부가 부동산 추가 대책을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아서다.
전초전으로 강남과 용산 등 집값 급등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뒤지고 있다. 그런다고 주택 값이 잡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일종의 경고가 아닌가 싶다. 주택시장이 진정되지 않으면 또 다른 규제책을 내놓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그렇다면 후속 책으로 나올만한 내용은 뭐가 있을까.
그동안 워낙 많은 억제책을 쏟아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없다.
굳이 거론한다면 분양시장 과열 방지책으로는 채권입찰제와 후 분양제를 꼽을 수 있고 재건축 규제로는 재건축 시한 연장을 말할 수 있다.
기존 주택 수요 억제책으로는 은행 돈줄을 더 죄는 일이다.
논란이 됐던 주택업체 고(高) 분양가 문제는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통제를 하면서 일단 해결됐다.
하지만 분양가가 시세보다 너무 낮아 오히려 청약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당첨되면 수억 원의 웃돈이 붙어 너도나도 청약에 나서서 그렇다.
주택업체가 독식하던 시세차익을 당첨자가 갖는 구조로 바뀌면서 청약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시세 차익을 개인이 갖도록 한 것은 잘 한 일이다. 어찌 됐던 개인의 소득이 늘어나면 일반 소비시장에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청약시장이 너무 과열로 치닫고 있다는 거다.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한 온갖 불법과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을 버는데 무슨 짓을 마다하겠는가. 이를 부추기는 투기세력도 기승을 부린다. 다자녀·장애자·노부모 부양가족과 같은 당첨 가능성이 큰 대상을 찾아 청약 대리자로 나서게 한다. 돈을 주고 자격을 산다는 말이다. 위장 이혼도 적지 않다. 다 로또로 불리는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서다.
이뿐만 아니다. 분양 현장이 달아오르자 기존 주택시장도 들썩인다. 신규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다른 주택도 덩달아 오른다.
개인 수요자에게 시세차익을 돌리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이런 문제가 심화되면 정부로서는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채권입찰제 도입 얘기가 나온다.
채권입찰제는 분양가 외에 채권액을 많이 써 낸 순으로 당첨자가 결정되는 구조다. 이는 시세차익을 정부가 갖는다. 이 돈으로 공공임대주택 건설자금 등으로 활용한다.
채권입찰제가 시행되면 일부 인기지역 외의 청약 과열은 진정될 가능성이 크다. 먹을 게 없으면 덤비는 사람도 줄어든다.
분양 과열 억제책의 하나로 거론되는 후 분양제는 개인 대출이 막혀있는 구조에서는 소비자에게 유리하다. 물론 금융비용 등을 분양가에 포함시켜 분양가가 좀 비싸지는 단점은 있지만 거의 완공단계에서 집을 구입하는 형태여서 수요자 입장에서는 이득이다. 입주 때까지만 돈을 융통하면 그다음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아니면 전세를 놓으면 된다.
그다음 재건축 규제 문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구조진단 강화 등 관련 규제가 대폭 강화됐으나 시장은 좀체 안정되지 않는다.
잠시 진정되는 듯했으나 최근 다시 꿈틀댄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 통합 재건축 얘기를 꺼내면서 불이 붙었다. 여의도는 물론 압구정·대치·목동과 같은 대단위 재건축 단지들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거래가 살아나고 가격도 강세다. 여의도는 1억~2억 원가량 뛰었다.
재건축 시장이 요동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지금껏 재건축 아파트가 주택시장을 선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향력이 세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다른 주택도 같이 뛴다는 소리다.
상황이 이러니 정부로서도 재건축 시장을 면밀히 관찰하지 않을 수 없다.
재건축 연한 확대 문제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6월 재건축 구조진단 강화 등의 조치를 내렸을 때 연한 기준은 그대로 뒀다. 원래 40년이었던 것을 박근혜 정부가 주택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30년으로 단축했다.
지금도 구조진단 기준이 까다로워져 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다. 예전처럼 연한이 됐다고 해서 재건축 사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도 연한을 늘리려고 하는 것은 아예 재건축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소리다.
그러나 효과는 별로 크지 않을 듯싶다. 재건축이 거론되는 단지는 대부분 40년이 지났거나 임박한 처지다.
어차피 연한 기준을 채워 별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추가 규제를 내놓는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시중의 풍성한 투자자금이 어디로 갈 데가 없다. 더욱이 불확실성 시대에서는 그래도 부동산이 안전하다는 시각이 강하다.
이는 아무리 정부가 주택시장을 옥죄더라도 투자자금은 돈이 될 만한 부동산으로 끊임없이 흘러들 것이라는 얘기다.
그것마저도 막아버리면 된다고? 그랬다간 국가 경제는 박살 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