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 검토를 지시한 가운데 면세점 업계가 우려 섞인 목소리를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전 세계 71개국 135개 공항에서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와 왕래가 많은 일본과 중국에서도 이미 도입했고 확대하는 추세”라면서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
입국장 면세점이란 해외 여행객이 출국할 때 면세품을 구매해 입국할 때까지 갖고 다녀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공항이나 항만 입국장에 면세점을 두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소비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해외 소비만 늘어나자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해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려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문 대통령이 직접 면세점 입국장 설치 검토를 지시한 것도 국내 소비 진작을 통해 내수 경기 개선을 일부 뒷받침해보겠다는 의도가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할 경우 임대료 증가를 원하는 인천공항, 관세청은 찬성하는 반면 기내면세점의 매출 하락을 우려하는 항공사는 반대하는 구도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에 대해 면세점 업계는 입국장 면세점보다는 입국장 인도장 설치 방안에 입을 모으고 있다. 입국장 인도장 설치로도 소비자 편의 제고 및 내국인 구매 증가를 유도 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이 생기면 출국장 면세점의 매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크게 보면 제로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면세점 업계는 입국장 면세점보다는 입국장 인도장과 구매한도 증액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공항공사는 고객 편의를 외치면서 입국장 인도장은 수익성이 낮아 관심이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면세점업계에서는 기업 규모에 따라 입국장 면세점 도입에 대한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중소ㆍ중견 면세점들은 환영하는 반면 대기업 면세점들은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거 관세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입국장 면세점에 중견·중소기업만 들어올 수 있도록 한데다 이날 문 대통령도 "중견·중소기업들에 혜택이 많이 돌아가도록 다양한 방안을 함께 검토해달라"고 말한 만큼 대기업 면세점들은 진입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입국장 면세점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 여러 중소기업들이 참여할 경우 중소기업은 해외브랜드 유치 등에 운영능력이 미약하다는 점에 면세점업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유명무실한 입국장 면세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또 다시 임대료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출국장 면세점 수요 중 일부가 입국장 면세점으로 이전됨에 따라 기존 출국장 면세점 임대료 계약에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면세업체 관계자는 “유통 채널 파이를 나눠먹는 것뿐”이라고 지적하면서 “입국장 인도장 설치와 구매한도 증액에 대한 필요성에 이같이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