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의 재판 거래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구속에서 풀려난 지 8일 만에 검찰 포토라인에 다시 섰다.
서울중앙지검 특수 1·3부는 14일 오전 9시 30분 김 전 실장을 소환해 조사 중이다. 앞서 두 차례 검찰 조사를 거부했던 김 전 실장은 이번 소환 통보에는 응했다.
이날 김 전 실장은 취재진의 질문을 피해 빠르게 조사실로 향했다. 청와대가 재판거래와 관련해 사법부와 교감한 사실이 있는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실이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도 모두 침묵했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당시 법원행정처가 법관의 해외파견, 상고법원 설립 관철을 대가로 징용소송 등을 정부 입맛에 맞게 맞춰준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또 일제징용피해자의 민사소송 등에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개입한 내용도 파악했다.
검찰은 지난 2일 외교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김 전 실장이 사법농단에 개입한 정황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3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주철기 당시 외교안보수석을 만나 강제징용 소송 진행 상황을 논의하고, 법관 해외파견 확대를 청탁한 정황도 확인한 상태다.
한편,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다 지난 6일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됐다. 출소 직전 검찰의 방문조사를 거부한 김 전 실장은 9일 검찰의 소환통보에도 건강 악화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