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개성공단 재개 시점을 내년 1분기로 전망하고, 남북 경제협력 선점을 위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개성공단 지점 개설 재도전은 물론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중소기업 지원센터’ 공동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남북경협지원위원회는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함께 개성공단에 ‘중소기업 지원센터’를 만드는 공동 진출 안을 마련해 논의 중이다. 남북 경협이 본격화하면 제2·제3 개성공단 설립 등 중소기업의 북한 진출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정보 제공 등 컨설팅까지 패키지로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제73주년 광복절 기념식 축사에서 통일경제특구 설치, 동아시아철도공동체 등 남북 경제협력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이 같은 기업은행의 행보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경협이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되는 만큼 중소기업의 참여 의지도 강하다. 기업은행 북한경제연구센터가 지난달 중소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중소기업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 기업 중 49.5%가 남북경제협력 사업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2개성공단 조성에 대해서는 58.3%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기업은행은 개성공단 TF를 통해 개성공단 지점 개설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중소기업50% 이상의 주거래 은행을 담당하는 만큼 이번엔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기업은행은 2004년 개성공단관리창설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지점 개설에 도전했지만 우리은행에 밀려 탈락한 전례가 있다.
기업은행은 ‘IBK모란 IBK진달래’ 등 개성공단 지점 오픈 시 판매할 상품명 특허 등록도 마쳤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개성공단 진출을 대비해 북한 주민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직원상이나, 통장 개설 시 사은품은 무엇을 제공할지 등 다양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다음 달 블라디보스토크 사무소 개소를 앞두고 있다. 김도진 행장은 남북 경협사업의 통로가 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사무소를 토대로 중국 훈춘, 북한 원산, 개성공단을 잇는 ‘IBK-H벨트’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신북방정책에 발맞춰 통일금융시대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는 2015년부터 구성한 통일경제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남북 경제협력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북한 근로자 55만 명 채용을 통한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와 북한 경제개발 활성화 구상을 마련한 상태다. 중소기업진흥공단도 2016년 말 폐지 후 다시 꾸린 남북협력사업전담반을 통해 남북경협 지원·컨설팅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