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광복절 무렵 2, 3일 동안 여러 언론 매체가 애국지사들을 추모하는 다양한 방송도 하고 기사도 내보냈다. 그중에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척살’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척살, 바르게 사용한 말일까? 아니다.
척살은 ‘刺殺’ 혹은 ‘擲殺’이라고 쓰며 ‘刺’과 ‘擲’은 각각 ‘찌를 척’, ‘던질 척’이라고 훈독하고 ‘殺’은 ‘죽일 살’이라고 훈독한다. 그러므로 ‘刺殺’은 칼과 같은 흉기로 찔러 죽이는 것이고, ‘擲殺’은 내던져 죽이는 것을 말한다.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찔러 죽인 것도 아니고, 내던져 죽인 것도 아니다. 총으로 쏘아 죽였다. 즉 ‘사살(射殺: 쏘아 죽임. 射:쏠 사)’했지 ‘刺殺’한 것도 ‘擲殺’한 것도 아닌 것이다. ‘刺’의 왼편 ‘’는 ‘가시 자’라고 훈독하며, 오른편 ‘’은 ‘刀(칼 도 =刀)’와 같은 글자이다. 가시나 칼로 찌르는 행위를 표현한 글자이다.
그런데 ‘刺’은 발음이 두 종류이다. ‘풍자(諷刺)’는 ‘자’로 읽지만 ‘刺殺’은 ‘척’으로 읽는다. ‘擲殺’은 내던져 죽이는 잔혹한 행위를 이르는 어휘이다. 옛날에 체구가 작은 어린아이나 노인의 경우, 포대에 넣어 휘돌리다가 기둥이나 벽을 향해 내던져 죽이는 형벌도 있었고 범죄도 있었다. 이것이 바로 擲殺이다.
안중근 의사는 조선 병탄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刺殺’하지도 ‘擲殺’하지도 않고 射殺했는데 왜 언론 보도는 자꾸 척살이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윤봉길 의사의 경우는 폭탄을 투척(投擲·投:던질 투)했으니 ‘擲殺’이라고 해도 될까? 이 또한 아니다. ‘폭살(爆殺)’이라고 해야 한다. 폭탄을 터뜨려 일본군 장교를 죽였지 일본군 장교를 내던져 죽인 게 아니기 때문이다.
말은 뜻을 정확히 알고 사용해야 한다. 오늘 무심코 ‘척살’이라고 잘못 쓴 기사가 먼 훗날 안중근 의사를 평가하는 데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