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작업에 돌입한 정부가 카드업계를 달래기 위해 ‘신사업’ 허용 계획을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실익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사업 구상은 단순히 ‘땜질’이며 정부의 정책 실패를 민간 업체에 떠넘기려는 행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영세상인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는 대신 카드사에 새로운 사업 영역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최종구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정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카드사에 신규 업권 진입을 허용하는 대신 영세·중소 소상공인 가맹점 수수료를 시원하게 없애는 빅딜을 하자”고 제안하자 최 위원장은 “저희도 그렇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카드사 ‘신사업 당근책’과 관련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민간 기업의 수익을 다른 걸(신사업)로 보전해 주겠다는 것은 ‘땜질의 땜질’이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의 수익성이 안 좋아지면 정부가 ‘돈 벌 것이 여기 있다’고 (신사업을) 던져 주는 꼴”이라며 “무엇보다 카드수수료를 정부가 건드리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땜질이라는 비판에는 앞서 정부가 지속해서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동시에 추진했던 정책과 맞물려 있다. 금융당국은 2015년 말 수수료율 인하 시 카드사들의 경영 합리화를 명분으로 부가서비스 의무 유지 기간을 3년으로 축소, 5만 원 이하 무서명 거래 확대, 리베이트 금지 가맹점 확대 등 당근책을 제시했다. 당시에도 수수료 인하에 따른 반대급부 차원의 ‘업권 달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신사업이 모호해 전형적인 수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카드사와 관련해) 신사업이라고 해봐야 빅데이터밖에 없다”며 “일부 허용할 수 있지만 그 외 신사업은 찾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카드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는 이유는 소상공인의 고충을 들어주는 것인데, 여기에 세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라면 신사업이 아니라 다른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카드사의) 사업 영역이 확대되면 수익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카드론 규모가 늘어나는 등 신사업에서 문제가 생기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아직 여신금융협회와 주요 카드사 등 카드업계에 신사업에 관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정무위 보고에서는 카드사들의 신용평가업 진출 안에 관한 이야기만 언급된 정도다. 이 밖에 빅데이터 등을 이용한 사업 규제 완화가 신사업 영역으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