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노스, 정식 해산…‘실리콘밸리 최대 사기극’으로 끝난 신데렐라 신화

입력 2018-09-0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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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 설립자, ‘여성 스티브 잡스’ 명성…실상은 혁신 기술 없이 거짓으로 투자 유치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스 전 CEO가 2015년 11월 2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포춘글로벌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혈액검사 업체인 테라노스는 4일 정식 해산 절차를 밟는다고 밝혔다. 이에 테라노스는 ‘실리콘밸리 최대 사기극’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혈액검사를 획기적으로 바꿀 혁신 기업으로 주목받은 테라노스가 결국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한때 ‘여성 스티브 잡스’라는 명성을 얻었던 엘리자베스 홈스 테라노스(34) 설립자는 ‘실리콘밸리 최대 사기극’의 주인공으로 몰락하게 됐으며 조만간 감방에 갈 처지에 놓였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테라노스는 이날 주주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정식 기업 해산을 통보하면서 남아있는 현금은 수개월에 걸쳐 무담보 채권자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라노스가 지난해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그룹으로부터 받은 6500만 달러(약 726억 원)의 대출과 관련한 커버넌트 조항을 어기면서 해산 절차가 시작되게 됐다고 WSJ는 설명했다. 대출 계약에 따라 포트리스는 테라노스 보유 현금이 일정 기준 밑으로 줄어들면 자산을 압류할 권한을 갖는다.

홈스는 지난 2003년 19살의 나이에 스탠퍼드대를 중퇴하고 테라노스를 설립했으며 피 한 방울로 수십 종의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해 일약 실리콘밸리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테라노스 기업 가치는 2014년 90억 달러(약 10조 원)까지 치솟았으며 포브스는 2015년 홈스가 세계 최연소 여성 억만장자 지위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홈스가 혈액검사와 관련된 기술이 없는 상태라는 내부 고발이 잇따르면서 그의 사기극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됐다. WSJ가 지난 2015년 10월 최초로 테라노스와 관련된 의혹을 보도했다. 내부 고발자들에 따르면 테라노스의 혈액검사 기기는 신뢰할 수 없으며 테라노스는 타사의 기기를 사용해 혈액을 검사하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 검찰은 지난 6월 홈스와 테라노스 2인자였던 라메시 발와니 전 최고운영책임자(COO)에 대해 막대한 돈을 사취하고 의사와 환자, 투자자들을 속인 혐의로 형사 재판에 기소했다. 두 사람은 유죄가 확정되면 각각 최대 20년의 징역형과 25만 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게 된다. 아울러 피해자들에게도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지난 3월 홈스의 테라노스 주주 의결권을 박탈하고 10년간 어떤 상장사에 관리자로 취임하지 못하도록 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테라노스는 현재 IT 열풍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것을 상징하게 됐다고 WSJ는 평가했다. 홈스의 사기극으로 판명이 난 테라노스의 실패는 많은 이를 고통스럽게 했다. 테라노스에서 8년간 일했던 한 생화학자는 지난 2013년 자살했다. 최초 내부 고발자 중 한 사람이자 조지 슐츠 전 미국 국무장관의 손자인 타일러 슐츠는 할아버지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슐츠 전 장관은 테라노스 이사를 맡기도 했다.

테라노스에 돈을 쏟아부은 투자자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샘 월튼 월마트 설립자 가문과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베시 디보스 전 미국 교육부 장관 가족 등이 테라노스에 각각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나 모두 날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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