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씨 측 "독특한 연기지도 방법...법의 잣대로 판단해 연극계 씨 말리려 하느냐"
연극 동료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연극연출가 이윤택(66) 씨가 징역 7년을 구형받았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7일 열린 이 씨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보호관찰 명령과 신상정보 공개도 함께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 씨는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행위는 추행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특정 신체 부위를 안마시키는 것이 대체 어디서 통용되는 안마방법이냐. 손을 잡아당겨 특정 신체 부위에 가져다 대는 것 자체가 폭행"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극단 내 왕처럼 군림하면서 수십 명을 성추행했음에도 반성의 기미가 없고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피해자 측 변호인 역시 피해자들의 탄원서를 재판부에 전달하며 이 씨에 대한 엄벌을 요청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연기 지도라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을 추행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며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말하는 순간 극심한 고통을 겪었고 생계가 막막해지는 등 많은 걸 포기해야 했지만 단 한 번도 고소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피해자에게 저지른 강제추행, 유사강간 등에 대한 정당한 처벌을 받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 씨 측 변호인은 이 씨의 범행은 '독특한 연기지도 방법'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변호인은 "예술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게 있다"며 "연극단의 운영방식이 싫으면 안 하면 된다. 몇 년 동안 그 안에 있으면서 상습적 추행을 당했다고 하는데 여기 아니면 밥 먹을 방법 없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지도자로서 한 행위가 유죄라면 대한민국 연극계에서 몸 푸는 행위 모두 유죄여야 한다"며 "그렇게 법의 잣대로 판단해 연극계의 씨를 말리려 하느냐"고 말했다.
이 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어떻게 해서라도 완성도 높은 연극을 만들고자 밀어붙이다 보니 과욕이 빚은 불찰이 있었다"며 범행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이어 "(피해자들에게) 연기 지도를 하고, 안마를 부탁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본의 아니게 많은 상처를 준 것을 생각하니 지금 가슴이 미어지도록 후회된다. 그 동안 피해자들이 제 연기지도와 안마 요구 거부하지 않고 받아줘서 피해자의 고통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 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9월 19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연희단거리패 창단자이자 실질적인 운영자인 이 씨는 배우 선정이나 퇴출 등 극단 운영에 절대적 권한을 가진 점을 이용해 2010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단원 8명을 총 23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당초 이 씨는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여성 단원 17명을 62차례 추행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검찰은 공소시효를 고려해 2010년 4월 이후 발생한 추행에 대해서만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