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이 국내 최대 공기업 중 한 곳인 한국전력공사의 하청 노동 행태를 공개했다.
11일 오후 11시 10분 방송된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PD수첩'에는 '한국전력의 일회용 인간들' 편이 방송됐다. 해당 방송은 2만2900V 전류가 흐르는 전선 아래서 근무하는 한국전력 하청 노동자들의 현장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이날 PD수첩이 집중적으로 파헤친 것은 '직접 활선 공법'이다. 방송에 따르면, 한전이 고압선을 직접 만져야 하는 '직접 활선 공법'을 고집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이윤 추구 때문이었다. 고압선을 직접 만지지 않고 도구를 사용하는, 좀 더 안전한 '간접 활선 공법'은 20%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직접 활선 공법'으로 인한 사고로 최근 8년간 19명이 사망했고, 71명이 화상 및 사지 절단 등 중상을 입었다. 게다가 전기원들이 착용한 안전 장구는 모두 수입품이라 몸에 맞지 않고 품이 커서 사고 위험을 더욱 증가시키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배전 전기원들이 한전의 공사를 수행하지만, 한전 소속이 아닌 영세 하청업체 소속의 노동자이거나 일용직 노동자인 경우가 많다는 것. 한전은 이들이 하청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관리 감독의 책임을 하청업체에게 떠넘기는 것이 다반사였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한전의 한 하청업체 직원은 "한전의 권위의식은 엄청 심하다. 누가 '민중은 개돼지다'라고 한 것처럼, 하청업체 직원들도 '개돼지'로 안다"고 말하며 하청업체가 한전에 불평이나 불만을 제기할 수 없는 처지라고 주장했다.
해당 방송에는 전기선 작업으로 두 팔을 잃은 황영돈 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황 씨는 전기원 노동자로 작업 도중 감전이 돼 두 팔을 잃게 됐다. 그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의사 선생님이 절단한다고 할 때 엄청난 타격이 왔다"며 "죽고 싶었다.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내가 힘든 것보다 가족들이 힘들어 하는게 더 마음 아프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날 석원희 건설노조 전기분과 위원장은 "캄보디아에서 지뢰밭이 터지는 장면을 수차례 봤다. 지뢰로 인해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것이 우리 작업 현장과 똑같다. 우리나라의 배전현장은 전쟁터에 있는 지뢰밭"이라고 말했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전기원 노동자가 작업하는 2만2900V 전류는 사람이 근처에 가기만 하더라도 전선으로부터 사람 몸으로 전기 불꽃이 발생하게 된다"고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날 PD수첩 제작진들이 전기원 노동자들의 현장을 취재하는 동안 4차례나 작업이 중단되는 일도 발생했다. 한 전기원 노동자는 "PD수첩 아저씨들 왔다고 위에서 일하지 말래요"라며 갑자기 작업을 멈추고 철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해당 방송이 끝난 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전기원 노동자들의 안전을 지켜달라는 청원이 급증하고 있다. 한 청원자는 "전기원 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그동안 우리가 편하게 살고 있었다. 죄송하다. 한전을 고발한다"는 청원을 올렸다. 다른 청원자는 "전기원 노동자가 안전한 방법이 있는데 비용 때문에 못한다고? 돈보다 사람이 우선시 되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청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