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부 차장
질병관리본부가 밝힌 메르스 확인자의 밀접접촉자는 21명, 일상접촉자는 약 400명이다. 메르스 의심 환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일상 접촉자 외국인 115명 중 일부가 아직 보건당국과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또 확진자가 탔던 택시에 확진자 하차 이후 23건의 카드 사용 내역이 확인돼 당국은 이 택시 탑승자들을 추적하고 있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대략적인 개요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몇 개의 구멍이 보인다. 2m 이내에 있었던 밀접접촉자는 아니지만, 일상접촉자도 메르스 감염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일상접촉자가 거주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메르스 확산 차단 차원에서 이들을 감시한다. 하지만 외국인 50여 명과 연락이 안 된다는 것은 메르스 관리 체계에 큰 구멍이 난 것이다. 또 확진자가 대중교통인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해 이후 승차자들의 감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3건의 카드 사용 내역을 기반으로 택시 승차자를 서둘러 파악한 뒤 이들에 대한 메르스 안내 및 검진이 이뤄져야 한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우린 많은 것을 잃었다. 그해 5~12월 메르스로 186명이 감염됐고, 이 중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당시엔 메르스 환자는 물론 밀접·일상접촉자에 대한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아 감염이 확대되는 등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대응은 더뎠고, 환자가 다녀갔거나 입원한 병원도 공개되지 않을 정도로 불투명하게 관리돼 피해를 키웠다.
메르스가 준 경제적인 피해도 엄청났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 따르면 메르스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는 2조3010억 원에 달했다. 메르스 공포로 국민이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대중시설을 피하면서 내수도 죽었다. 2015년 6월 백화점과 할인마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 8.5% 감소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거울삼아 이번엔 감시·관리망을 더 촘촘하게 하고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 안전을 지키고 불안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015년의 경험에서 우리는 늑장 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낫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약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미리미리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변을 보면 인재(人災)로 인한 재난이 적지 않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가 사람의 잘못으로 발생하고 있다.
올해 4월 26일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공개석상에서 처음으로 이 총리의 칭찬을 받았다. 당시 이 총리는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과 관련해 “이번에 현저하게 평가할 정도로 방역을 잘했다. 장관이 없는 상황에서도 잘 막았다”며 회의에 참석한 타 부처 장관들에게 “농식품부가 수고했다는 의미에서 박수를 쳐 주자”고 말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 등 보건당국이 국무총리가 아닌 국민에게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대처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