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이 16일 공개한 지리산 천왕봉 주변에서 일어난 산사태 모습.(연합뉴스)
지리산국립공원의 고산 침엽수가 빠른 속도로 집단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녹색연합 등이 공개한 ‘지리산 아고산대 고산침엽수 집단고사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리산국립공원 고산침엽수의 떼죽음 현상은 지리산 전역에 걸쳐 나타났다. 심한 지역은 나무의 80% 이상이 고사한 상태다.
반야봉(해발 1732m) 정상의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는 70% 이상이 고사하면서 능선과 사면 전체가 거대한 고사목 지대로 변해버렸다. 특히 '크리스마스트리'로 불리는 구상나무는 한국 고유종인 상록침엽수로 지리산과 한라산 등의 고지대에 서식하는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할 만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이같은 집단 고사 현상은 기후 변화로 구상나무 등 고산 침엽수에 제대로 수분 공급이 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로 추정된다. 이 현상은 2016년 이후 빨라지고 있고, 특히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녹색연합은 "최근 지리산 천왕봉 주변에서 일어난 35번의 산사태를 보면, 산사태가 발생한 고도와 고사한 침엽수의 고도가 대체로 일치한다"면서 "고산 침엽수의 떼죽음이 산사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