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은 18일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가 이례적으로 대규모 은행 대출을 받으면서 아람코가 현재 잠정 연기한 기업공개(IPO)를 취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PIF는 지난 17일 글로벌 은행 14~16곳에서 총 110억 달러를 신디케이트론 형태로 대출받았다고 밝혔다. 은행별 대출 규모는 최대 10억 달러로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PIF는 대출 자금을 활용해 홍해 주변 사막에 신도시를 짓는 ‘네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원유에 의존하는 경제구조 개편에 사용할 계획이다.
임재균 연구원은 “이는 PIF의 상업은행에서의 첫 대출로 특정 투자자에게 자금을 받아 투자하는 국부펀드의 성격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며 “당초 60억~80억 달러 규모로 예상됐으나 글로벌 은행들의 관심과 좋은 조건으로 대출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은행들의 관심이 높았던 이유는 PIF가 아람코에게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 석유화학 회사인 사빅 지분 매각을 중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아람코의 증시 상장 취소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아람코는 지난달 이후로 증시 상장을 잠정 보류한 상태다. 아람코 상장계획 발표 당시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8달러로 두 배 가까이 상승한 데다, 은행 대출과 사빅 지분을 성공적으로 매각할 경우 자체 자금조달 능력이 충분해지기 때문이다.
임 연구원은 “사우디는 유가가 상승하자 비공개 기업인 아람코 상장을 통해 얻는 이득보다 정보 공개 및 소송 가능성 등에 따른 비용이 큰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며 “또한 대출과 사빅 지분 매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