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질정(質定)

입력 2018-09-1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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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살펴본 가수 최백호 씨의 노래처럼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갈피도 가닥도 잡을 수 없을 때 “마음을 질정할 수 없다”고 한다. 이때의 질정은 ‘質定’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바탕 질’, ‘정할 정’이라고 훈독한다. 근본적인 바탕 원인을 규명하여 확정하는 것이 바로 질정이다.

그런데 그 바탕 원인을 찾지 못한 채 마음만 아프고 답답할 때가 있다. 바로 마음을 질정할 수 없을 때이다. 화가 나고 분통이 터지고 슬퍼서 가슴이 찢어진다면 그처럼 화가 나고 가슴이 찢어지는 원인이 하나로 분명하게 정해져야만 그 원인을 향해 실컷 욕이라도 할 텐데 어느 것이 원인인지 갈피를 잡을 수도, 가닥을 잡을 수도 없는 상태로 계속 답답하고 억울하고 슬프기만 한 것이 마음을 질정할 수 없는 상태이다.

얼마 전 70년 만에 이산가족을 만나고 돌아오신 분들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정말 마음을 질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념이 무엇이고 체제가 무엇이기에 70년 동안 그토록 보고 싶어 하면서도 만나지 못했는지 참 어이가 없을 것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탈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고, 그다음엔 미국과 소련, 중국이 개입하면서 나라가 갈라졌으며, 또 그다음엔 일부 못된 정치인들이 ‘분단’을 빌미로 ‘안보’를 내세우며 자신의 정권을 연장하는 이른바 ‘분단장사’, ‘안보장사’를 함으로써 70년 동안 오가지도 못하고 살았다.

그럼에도 아직도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러시아, 중국 등 누구도 우리 민족이 다시 합치는 것을 그다지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물론 말로는 늘 “한반도의 평화”를 운운하지만 말이다. 순전히 타의에 의해 생이별을 하고 지내다가 70년 만에 만나서야 뜨거운 눈물을 쏟아야 하는 이 현실이 생각하면 할수록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기 때문에 찢어지는 마음이 質定이 안 되는 것이다. 너무나도 어이없어서 질정할 수 없는 이 현실을 이제는 우리가 나서서 끝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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