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취재①] 반세기를 이어온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아이콘 AMG

입력 2018-09-28 06:00수정 2018-09-28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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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튜너의 한계넘어 고유모델 개발…고성능과 프리미엄의 양립(兩立) 추구

▲메르세데스-AMG 글로벌 미디어 시승행사가 9월말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AMG E 53 쿠페와 카브리올레, AMG GT 4도어 쿠페(63 S)의 모습. (사진제공=메르세데스-AMG)

메르세데스-AMG가 단순하게 '벤츠의 고성능 버전'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고 있다. BMW의 M과 아우디의 S(또는 RS) 버전이 일반 차체에 대배기량 엔진을 얹어 차별화하는 것과 궤를 달리하는 것. 벤츠에도 없는, 자체 개발 엔진과 변속기를 사용해 왔다. 마침내 디자인마저 새롭게 개발하며 전혀 다른 새 차를 개발 중이다. 이제 메르세데스-벤츠를 벗어나 독자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 중인 셈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AMG를 통해 '자체개발 고성능 차'를 선보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자동차 회사의 수익성을 결정짓는 배경 가운데 하나가 판매모델의 부가가치다. 부가가치가 높을수록 마진이 커지고 회사의 수익성도 올라간다.

고성능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는 매출대비 영업이익이 10%를 넘어서는 몇 안되는 자동차 회사다. 기술력을 응집해 경쟁력을 키웠고 그에 걸맞는 가격표도 얹었다.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해 BMW와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고성능 버전을 앞다퉈 내놓는 것도 이런 이유다.

▲메르세데스-AMG의 첫 번째 고유모델은 2010년 등장한 SLS AMG(오른쪽)다. 1953년 데뷔한 SL 300(왼쪽)에서 영감을 얻어온, AMG 독립을 추구한 최초 모델이다. (출처=뉴스프레스)

◇메르세데스-벤츠 고성능의 아이콘 AMG = 고성능 프리미엄 모델들은 브랜드 가치 향상은 물론 제값받기 전략도 가능하다. 1대당 평균가격(ASP)이 높을수록 영업이익(operating profit)이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가격만 올린다고 될 일은 아니다. 등급이 높을수록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기술력의 차이가 뚜렷해진다. 자칫 어설프게 도전했다가 회사가 휘청할 수도 있을 만큼 쉽게 넘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메르세데스-AMG가 경쟁하는 시장에는 걸출한 '고성능 니치 프리미엄' 브랜드가 즐비하게 포진해 있다. 포르쉐와 마세라티 등이 대표적이다. 애당초에 BMW와 아우디 고성능 버전 따위는 경쟁상대로 삼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추석을 목전에 둔 9월 말 미국 텍사스 오스틴(Austin)에서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의 글로벌 미디어 시승행사가 열렸다. 전세계 자동차 전문기자단을 미국으로 불러모은 이유는 뚜렷하다. AMG 최대 시장이 바로 미국이기 때문이다.

순위를 확대해보면 한국도 다섯 손가락 안에 이름을 올린다. 우리도 아시아권에서 이미 주요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전체 자동차 시장은 일본이 우리보다 3배나 크지만 메르세데스-벤츠 판매량은 일본보다 한국이 더 많다.

미국 가운데 텍사스 오스틴을 고른 이유도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물론 델(Dell) 컴퓨터 본사까지 거머쥔 오스틴은 실리콘밸리에 이어 급부상 중인 IT도시다. 미국 건국의 역사를 오롯이 지키고 있는 것은 물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함이 없는, 이른바 '얼리 어댑터(early adopter)'의 천국이기도 하다.

▲메르세데스-AMG의 두 번째 고유모델 AMG GT. (출처=뉴스프레스UK)

◇고성능 파워트레인 넘어 자체 개발 고유 모델 개발 = AMG는 1967년 벤츠의 고성능차 개발을 목표로 설립된 이후 고성능 엔진 개발에 집중해 왔다. 반세기 동안 AMG의 역할은 메르세데스-벤츠가 개발한 대배기량 엔진을 손봐 엔진 출력을 높이는데 몰두했다.

고성능을 고집하는 철학은 1인-1엔진 시스템으로 이어졌다. 설립 초기부터 '한 명의 엔지니어가 하나의 엔진을 직접 수제작'하는 방식을 고집하기 시작했다. 하나의 엔진이 완성되면 엔진 블록 위에 제작자 자신의 서명을 얹어 '엔지니어'의 명예를 지키기도 했다.

21세기 들어 AMG는 역할은 진보하기 시작한다. 고성능 엔진 개발을 벗어나 벤츠 플랫폼을 바탕으로 새로운 엔진과 변속기를 장착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고유 디자인까지 앞세워 메르세데스-벤츠와 전혀 다른 차를 내놓기도 했다.

최초 모델은 하늘을 향해 걸윙-도어 치켜 든 SLS AMG였다. 같은 걸윙-도어를 앞세워 세상을 깜짝 놀래킨 1953년 SL 300에서 영감을 얻은 모델이다.

두 번째 자체 개발 모델 AMG GT가 등장하면서 AMG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단박에 달라졌다. 단순한 업그레이드가 아닌, 세상에 없던 전혀 다른 새 차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벤츠에도 없는, 오롯한 고성능 신차를 선보이면서 메르세데스-AMG 존재의 가치는 더욱 커졌다.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는 밑그림이 된 GT를 바탕으로 개발한 패스트백 쿠페다. GT의 고성능에 4도어 세단의 실용성을 접목한게 특징. 포르쉐의 4도어 세단 '파나메라'가 타깃이다. (사진제공=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 앞세워 포르쉐에 선전포고 = 세 번째 고유 모델은 이번 글로벌 시승행사의 주인공인 GT 4도어 쿠페다. 2도어 타입의 GT를 베이스로 개발한 4도어 패스트백(트렁크가 극단적으로 짧은) 구성을 지닌 4도어 쿠페다.

메르세데스-AMG 4도어 쿠페는 엔진 배기량과 성능, 가격, 디자인 콘셉트, 패키지는 물론 고객층까지 모두 포르쉐의 4도어 세단 '파나메라'를 겨냥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포르쉐의 모든 라인업과 경쟁하는 것도 아니다. 고성능과 프리이엄이라는 두 가지 명제를 뚜렷하게 양립(兩立)하면서 메르세데스-AMG의 정체성을 지켜내고 있다.

토비아스 뫼어스(Tobias Moers) 메르세데스-AMG 회장은 한국 기자단과의 만남을 통해 "포르쉐와의 비교는 고객이 판단할 일이다"며 "포르쉐 입장에서 조금 불편해할 수 있겠지만 AMG의 입장에서 포르쉐가 불편해한다는 건 우리 전략이 통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AMG GT 63 S. (사진제공=A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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