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그나마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중 일부를 매입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은 금산분리의 첫단추라고 볼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조업인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금융사인 삼성생명이다. 이는 금융사가 일반 제조사를 직접 지배해서는 안된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 구조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1대주주가 삼성물산으로 바뀌면 적어도 금산분리의 명분은 얻을 수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 1.6%를 매입하는데 들어가는 자금은 약 5조원이다.
홍희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삼성그룹에 대한 분석보고서에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핵심은 금산분리 원칙 강화에 따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매각 이슈”라며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홍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보유 전자 지분 1.6%까지 매입 가능하며, 필요 자금은 약 5조 원”이라며 “삼성물산은 현금성 자산 3조 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서울 서초사옥을 7484억 원에 매각했고 한화종합화학 지분도 매각 추진 중이어서 자금 마련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산분리 연결고리를 ‘지배력’으로 해석한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1대주주가 누구냐는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최대주주가 삼성물산으로 변경되면 어느정도 정부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라고 볼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방안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강제 지주사 전환 조항이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자칫 자회사 가치가 50%를 넘기면 강제로 지주사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 경우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어가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극단적인 금산분리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와 다른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점은 주목해 볼만 하다. 예컨대 지난달 27일 발표된 공정거래법 입법예고안에는 삼성물산을 강제 지주 전환 시킬 수 있는 지주비율 강화 법안이 빠졌다. 이는 정부가 현실을 감안해 급진적인 방법에서 한발 물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도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조치를 서둘러 발표하면서 일면 부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김 위원장은 보험업법 개정과 같은 극단적인 금산분리 규제보다는 통합감독 규제가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회사가 총자산의 3% 이상을 자회사 주식이나 채권으로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총자산은 공정가액(시가), 자회사 주식과 채권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를 모두 시가 기준으로 바꾸는 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19조 원 가량의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지난 7월부터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실시하면서 삼성그룹은 수년 내에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대부분을 팔아 치우거나 이에 해당하는 최대 30조 원의 자본을 추가 확충해야 한다. 올 연말까지는 자본건전성 기준을 충족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당장 내년부터는 당국이 제시한 기준선을 밑돌 가능성이 있다. 통합감독 규제 하에선 적어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무조건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증자라는 방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