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6년 만에 해운업 철수를 검토 중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발빠른 조치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1일 SK그룹은 “SK그룹은 한앤컴퍼니와 SK해운 지분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최종 확정된 내용은 없으며 재무구조가 악화된 SK해운의 투자 유치와 관련해 지분 매각외 에도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SK해운의 SK그룹 내 위상 등을 고려했을 때 SK그룹이 사실상 해운업에서 손을 뗄 것이라고 보고 있다.
SK해운은 SK그룹의 골칫거리 취급을 받아왔다. 대한석유공사(현 SK에너지)에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1982년 유공해운으로 설립된 SK해운(1997년 사명 변경)은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등 그룹 계열사 운송물량을 바탕으로 안정적 성장을 이어왔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해운업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SK해운은 2008년 이후 매년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SK그룹은 2012년 SK해운의 차입금 규모가 5조 원 수준으로 치솟자 SK해운에 대한 종합감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영 쇄신에 나섰으나 SK해운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2017년 자본잠식에 빠졌고 부채비율도 2000%를 넘어섰다.
이에 SK그룹은 지난해 4월 SK해운을 SK마리타임과 SK해운으로 물적 분할한 뒤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올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2391%에 이르는 등 재무 상황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SK해운은 부실을 털어내기 위해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는 과정에서 정기선 영업을 제외한 벌크선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떼고 탱커(원유)선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는 그룹 물량인 석유와 가스를 주요 먹거리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에 나섰다. SK해운 대주주는 SK(주)로, 지분 57.22%를 보유하고 있는데 SK(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개정된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SK해운도 규제 대상에 포함돼 내부 거래 비중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SK그룹으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운업계에서는 SK해운이 한앤컴퍼니로 넘어가면 에이치라인해운과 합병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내 기업과 장기 전용선 계약에 집중하고 있는 에이치라인해운과 합병 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