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고용, 통상 등 한국경제에 대한 대내·외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경제 성장률 전망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던 수출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의 자동차 수출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한 505억8000만 달러, 수입은 2.1% 준 408억39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두 달 연속 증가했던 수출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특히 13개 주력 품목 중 10개 품목의 수출이 줄었다.
선박(55.5%), 철강(43.7%), 자동차(22.4%)의 수출이 급감했으며 디스플레이(12.1%)와 석유화학(5.2%), 일반 기계(2.7%)도 줄었다. 반도체는 사상 최대치인 124억3000억 달러를 기록하며 호조세를 이어갔고 석유제품과 컴퓨터의 수출이 증가했지만, 나머지 주력 품목 대부분의 수출이 감소해 취약한 수출 구조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지역별 수출액 감소율은 중남미 42.7%, 중동 27%, 유럽 13.3%, 미국 11.8%의 순이었다.
다만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수출 감소의 주 요인은 조업일수 감소와 지난해 9월 사상 최대 실적(551억2000만 달러)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미국의 25% 관세 부과 시 한국의 수출 감소율이 22.7%로 가장 높을 것으로 봤다. 그 다음으로 일본 21.5%, 중국 21.3%, 독일 21.0% 순이다. 미국 시장에서 우리 자동차의 가격 등 경쟁력이 상대국보다 더 낮아진다는 의미다.
국내·외 경제 관련 기관이 바라보는 한국의 각종 경제 지표도 더 악화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30일 ‘2019년 한국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2.8%로 유지했으나, 내년 전망은 2.6%로 0.2%포인트(P) 낮췄다. 내년에 소비, 투자, 수출이 올해보다 위축돼 현재의 경기 둔화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투자 감소율은 올해 0.6%에서 내년 2.7%로 폭이 더 커지고, 설비 투자 증가율은 1.4%에서 0.4%로 둔화를 예상했다. 투자는 경제의 선행 지표로 투자 감소 등은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이미 한국 경제 올해 성장률을 낮춘 상태다. 올해 7월 3.0%에서 2.9%로 하향 조정한 뒤 9월 경제전망 보고서에선 2.7%로 더 낮췄다.
여기에 금리, 고용 등 주요 경제지표도 미국에 추월당하고 있다. 기준금리도 미국연방준비은행제도(Fed)가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연 2.00~2.25%로 올린 반면, 한국은 작년 11월 이후 연 1.50%를 유지하고 있어 격차가 0.75%포인트로 벌어졌다. 미국은 경기 호전으로 올해 12월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은 금리 인상을 고민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미국과 한국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국내 자금이 유출돼 우리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올해 8월 미국의 실업률은 3.9%로, 4.0%인 한국보다 양호하다. 미국의 9월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69년 12월 이후 49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반면 한국은 8월 실업자가 113만3000명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가장 많았다.
우리 고용 악화가 지속하면서 실업급여 부담도 커지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실업급여 지급액도 4조50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는 월평균 실업자가 급증한 탓이다.
1일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행정통계를 분석해 보면 올해 1~8월 실업급여 지급액(잠정치)은 4조5147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지급액보다 9017억 원(25.0%) 많았다. 1~8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올해가 가장 많았다. 이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실업급여 지급액은 6조7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8월 실업자 수는 월평균 112만90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만5000명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