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의 불친절이나 승차거부 등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상황이 심각함에도 서울시는 택시 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고, 정부는 승차공유(카풀) 혁신방안을 만들어 놓고도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결국 택시를 이용하는 일반 시민들과 승차공유 스타트업들의 고충만 커져가고 있다.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병관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서울시 최근 5년간 서울시에서 승차거부, 불친절, 부당요금징수 등 택시와 관련된 시민불편는 11만3989건에 달했다. 세부적으로 불친절과 관련된 민원접수가 3만8335건(33.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승차거부 3만5570건(31.2%), 부당요금징수 2만3005건(20.2%) 순이다. 문제는 이같은 택시 이용 불편과 관련한 민원이 매년 반복되고 있음에도, 과징금이나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는 전체의 10%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총 11만3989건에 해당하는 승차거부 등 민원 신고 접수 중 과징금이나 과태료,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는 9.5%인 1만842건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시는 택시 기본요금을 현재 3000원에서 1000원 인상해 4000원으로 책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심야 할증도 밤 11시~4시로 1시간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비 인상 조짐을 보이지만 정부는 카풀 혁신방안을 발표도 못 하고 있다. 카풀 혁신방안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택시업계, 모빌리티 업계가 논의 끝에 만든 대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 업계는 아예 출퇴근 카풀까지 금지하는 법안 통과를 추진할 정도로 양쪽의 견해차가 너무 벌어져 있다”면서 “사업 모델링 자체가 순수한 카풀은 어느 정도 허용이 되지만 카풀 전업화는 제지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팔짱만 끼고 있는 사이 오히려 카풀 시장을 둘러싸고 카카오를 비롯한 승차공유 스타트업들과 택시업계의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특히 택시 업계는 가뜩이나 공급 과잉인 시장에 카풀까지 들어올 경우 택시 기사들이 거리로 나앉게 될 것이라고 반박하며 추가 집회도 준비 중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에 자가용으로 유료 운송하는 것은 예외로 허용되고 있다. 하지만 즉시 배차나 출퇴근 시간을 선택해 운행하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출퇴근 시간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없어 카풀업계와 택시업계가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해 카풀앱 ‘풀러스’는 하루에 4시간을 정해 운행할 수 있는 ‘출퇴근 시간 선택제’를 운영했지만 서울시는 이를 불법으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카풀앱은 허용하되 전업화 하는 움직임으로 인해 규제한다고 설명한다. 출퇴근 시간 교통난이 가중되는 상황에 카풀을 이용한 운송 서비스는 도로 차량정체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24시간 내내 카풀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위반되는 행위로 보고 있다.
정부의 발표만 기다리고 있는 국내 모빌리티 업계는 속이 타들어 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승차공유 서비스 출시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채 속을 태우고 있고, 차차크리에이션 등 승차공유 스타트업은 국토부의 불법 규정으로 서비스를 접거나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선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 인상이 관련 업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전략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택시 기본요금을 인상하겠다는 것은 규제를 풀려고 하는 움직임으로 보인다”면서 “택시업계가 대화의 장소에도 나오지 않고 있어서 수면 위로 끌어내려는 유인책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