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말 기준 643조 원에 달하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며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민연금 신임 기금운용본부장(CIO) 자리가 1년 3개월 만에 채워졌다.
국민연금공단은 8일 신임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에 안효준 BNK금융지주 사장을 임명했다.
공단에 따르면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이날 기금이사 후보자로 신임 안 본부장을 추천해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았다. 김 이사장은 “안 본부장의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 국민연금 기금에 대한 이해 등을 높이 평가해 643조 원이 넘는 국민연금 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1963년생으로 배정고와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안 본부장은 서울증권 뉴욕사무소장과 국제부 팀장, 다이와증권 이사, 대우증권 운용이사 등을 역임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해외증권실장과 주식운용실장을 지냈다. 이후 교보악사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와 BNK투자증권 대표이사를 거쳐 BNK금융지주 사장으로 근무했다.
공단은 국내외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에서 국내외 주식 및 채권, 대체투자, 헤지펀드, 인덱스 등에 대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투자경험으로 기금운용의 전문성이 높다고 평했다. 글로벌 투자역량 면에서는 홍콩과 뉴욕, 호주 등 18년간의 풍부한 해외 근무경험이 있어 글로벌 투자 감각과 영어구사 능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국민연금공단에서 근무한 경험으로 기금운용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날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 이사장은 “폭넓은 후보를 대상으로 공정한 심사와 엄격한 검증을 거쳐 가장 적합한 인물을 선정했다”며 “신임 기금이사는 전문성을 갖고 독립적으로 기금을 운용할 최적의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합병’ 같은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기금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간섭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일부에서 우려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본시장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머슴이자 집사로서 수탁자의 책임을 충실하게 수행해 줄 것이라 믿는다”고 당부했다.
1999년 기금운용본부가 출범한 이후 8번째 본부장이자 9번째 기금이사인 안 본부장은 이날부터 바로 업무에 들어갔다. 기금운용본부장 임기는 2년이며 성과에 따라 추가로 1년까지 연임이 가능하다.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는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CIO가 인사 책임 등을 이유로 사표를 낸 후 1년 넘게 공석이 이어져왔다. 올해 5월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지목됐지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개입 논란이 일면서 재공모에 들어갔다.
유력 후보로는 안 본부장과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등 3명이 꼽혔다. 류 대표와 주 전 사장은 내정설이 돌기도 했지만 공단 측은 이를 부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