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뉴욕 아마존 4스타 가 보니...고객 홀린 비결 한 눈에

132년 전통의 미국 백화점 시어스가 ‘아마존 쇼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파산 보호를 신청하면서 미국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원조 ‘에브리싱 스토어(everything store)’로 불려온 시어스의 몰락에 대해 “도금시대(Gilded-Age)를 풍미했던 시어스가 디지털 시대(Digital-Age)에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미국 번영의 상징이자 당대 혁신자였으나 디지털 시대 혁신자인 아마존에 밀려나게 됐다는 것이다.

시어스의 몰락으로 아마존은 디지털 시대의 유통 강자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이런 가운데 아마존은 지난달 말 새로운 개념의 백화점 ‘아마존 4스타(Amazon 4-star)’를 출범시키며 전통 유통 업체들을 다시 한번 긴장시켰다. 아마존닷컴의 온라인 카테고리를 그대로 오프라인으로 옮겨놓은 아마존 4스타의 경쟁력은 고객 평가를 바탕으로 제품을 구비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 고민을 덜어주는 한편, 입점 업체들에게는 고객 평점 ‘별 4개’ 이상을 확보할 수 있도록 더 분발하도록 하는데 있다. 결국 이러한 시스템은 아마존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문 연 지 20여일 된 아마존 4스타. 소비자들의 반응은 온라인에서만큼 뜨거울까. 뉴욕 핫플레이스 중 한 곳인 소호(SOHO)의 아마존 4스타를 직접 방문해봤다. 갑작스럽게 뚝 떨어진 기온에다 갑자기 비라도 퍼부을 듯 흐린 날씨 탓인지 소호 거리의 화려한 매장 불빛들조차 무색한 날씨였다. 그 중에 유난히 따뜻한 빛을 내뿜으며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파란 문의 매장 하나가 눈에 띄었다. 투명한 유리 문으로 들여다 보니 안에서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듯 했다. 누구든 들어가보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은 곳이었다. 바로 아마존 4스타였다.

▲뉴욕 스프링 스트리트에 있는 아마존 4스타 매장 입구

▲아마존 4스타 출입문

아마존 4스타는 말 그대로 ‘에브리싱 스토어’이자 트렌드와 품질 보증을 겸비한 제품들로 가득찬 소비자들의 놀이터였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하거나 새로운 물건은 없었다. 대부분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제품들이었다. 그럼에도 전자 기기, 주방용품, 장난감, 책 등 코너마다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어깨를 툭툭 치며 통로를 다녀야 했고, 마음에 드는 제품 하나 만져 보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들어가자마자 가장 눈에 띈 건 “여기에 있는 모든 것은 아마존닷컴에서 별 4개와 그 이상의 점수를 받은 것, 탑 셀러이거나 새롭고 트렌디한 것들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벽면에 박힌 큰 별 4개였다. 아마존 4스타의 콘셉트에 대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었다.

▲아마존 4스타 매장 내 ‘트렌딩 어라운드 NYC’ 코너

인상적인 코너는 오른쪽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큰 공간을 차지한 서가였다. 오늘날 대성공을 거둔 아마존의 모태가 서점임을 새삼 각인시키는 공간이다.

그 다음으로 눈에 띄는 공간은 아마존의 미래 가전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자 디바이스 코너. 음성인식 인공지능(AI) 비서 알렉사,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 ‘에코’ 시리즈는 물론 이들과 연동돼 작동하는 로봇 청소기와 스마트 도어, 아마존 키까지 아마존의 사물인터넷(IT) 생태계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셋톱박스 파이어 TV 스틱용 TV로는 유일하게 국내 브랜드인 LG전자 제품이 전시돼 있었다.

▲아마존 AI 비서 알렉사 코너

아마존은 상품 배치에 있어서도 남다른 센스를 발휘했다. 자사의 PB 제품들을 잘 나가는 제품들 사이 사이에 전략적으로 배치하는가 하면, 고객들이 함께 사는 제품들은 세트로 모아놓는 센스를 보여줬다. 이를테면 아마존 전자책 ‘킨들’ 옆에 세련된 디자인의 케이스를 함께 배치하는 식이다.

세계 유행의 중심인 뉴욕의 트렌드도 반영했다. 주소지가 뉴욕인 아마존닷컴 고객들이 가장 많이 사는 제품들만 따로 모은 ‘트렌딩 어라운드 NYC’ 코너를 마련해놓은 것. 이는 다소 상징적으로 보인다. 이는 아마존에서의 인기가 곧 세계의 트렌드라는 의미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진열대에는 상품 후기도 붙어 있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이용하는데 크게 다름을 못 느꼈다. 결제는 스마트폰에 깔린 아마존 애플리케이션과 제품이 붙은 QR코드를 기기에 스캔하면 간단하게 이뤄진다.

아마존은 쇼핑을 마치고 나가는 손님들도 그냥 보내지 않는다. 매장 문 앞에 고객 만족도를 체크하는 기기를 설치해놨는데, 좋아요·보통이요·안 좋아요·아주 안 좋아요 등을 표시하는 4개의 이모티콘으로 되어 있어서 터치 한 번이면 간단하게 평가를 마칠 수 있다.

▲고객 만족도 조사 기기

아마존 4스타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소비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체험해 보고, 가격 비교를 통해 구매는 온라인에서 가장 저렴한 걸로 해야 똑똑한 소비라고 믿는다. 내로라하는 기존 유통 업체들은 그런 똑똑한 소비자들을 낚을 기회를 모두 놓쳤다. 그러나 아마존은 반대다. 온라인에서 보기만 하던 것들을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만져보고 조작해 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로 연결되게 한 역발상 전략. 자사가 구축한 빅데이터와 생태계를 통해 단 한 명의 고객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노드스트롬랙, 블루밍데일 아울렛, 니먼마커스 라스트콜, 삭스피프스애비뉴 등 콧대 높았던 대형 백화점들은 살 길을 찾아 이같은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를 속속 열었다. 하지만 아마존 입점 업체들 중에는 대기업도 있지만 과감한 투자가 부담되는 중소 업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들에게 아마존 4스타는 엄청난 압박이다. 그 동안은 아마존 입점 만으로도 매출이 어느 정도 보장됐다면, 앞으로는 별점 4개라는 하늘의 별을 따기 위해 고객의 피드백에 민감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나 예측만 갖고 제품을 만드는 시대는 지났다는 의미다.

아마존의 4스타는 빅데이터를 가장 유효하게 이용한 전략임에는 틀림 없다. 그러나 아마존이 벌인 판에서 살아남으려면 틈새를 잘 노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마존처럼 고객 데이터를 통해 상품화 결정이나 재고 관리 등에 유연하게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