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평균 DSR 관리 차원...저소득층 대출 거절 가능성
문제는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계의 경우다. 대출액은 ‘소득의 규모’와 비례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반대로 말하면, 소득이 적을수록 빚을 갚을 능력이 안 된다고 보고, 대출도 제한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DSR 비율이 내려가면 소득이 낮은 가계는 빌릴 수 있는 돈이 더 줄어들게 된다.
가령 연소득 7000만 원의 직장인 A씨가 있다. A씨는 수도권 지역에 4억 원짜리 아파트(20년 만기, 3.5%)를 담보로 대출받았다. DSR는 DTI(총부채상환비율)와 달리 A씨의 다른 대출도 확인한다. A씨가 가진 신용대출 3000만 원(1년 만기, 7%)과 자동차할부 3000만 원(3년 만기, 5%)이 추가된다. 원리금균등 상환방식으로 계산하면 A씨가 한 해 지출하는 대출상환액은 대략 6900만 원이다. 현행 DSR 기준으로 따지면 A씨는 연소득의 거의 전부를 대출상환에 쓰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DSR 70%로 줄어들게 되면 A씨 사례는 더 이상 나올 수 없다. 연 소득의 70%인 4900만 원만 대출상환액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 소득이 내려갈수록 대출금은 더 줄어든다. 연소득 4000만 원일 경우 2800만 원까지만 대출상환액으로 쓸 수 있는데, 이는 4억 원짜리 아파트(20년 만기, 3.5%)의 원리금(2780만 원)만 겨우 감당하는 수준이다. 직장인의 대부분이 ‘대출’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DSR 규제가 집 구매는커녕 신용대출도 꽉 막아버리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DSR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DSR 기준을 넘었다고 해서 대출이 막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다. 하지만 은행 창구에서의 실상은 다르다. 은행이 평균 DSR를 관리한다는 이유로 신용등급과 연 소득이 낮은 이들의 대출을 거절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DSR 규제로 1금융권에서 대출이 거절된 이들이 2금융권으로 넘어가는 ‘풍선효과’를 우려하기도 한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DSR에서 제외되는 서민 대상 대출들을 좀 더 확대하는 안을 포함해 추가적인 배려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번 대책은 미진했다는 평가다. DSR에 포함되지 않는 서민금융상품의 일부(지자체 지원 협약대출, 국가유공자 대상 저금리대출)만 확대하는 데 그쳤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앞으로 은행과 협의해 서민금융상품을 늘려나가도록 하겠다”며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부작용을 줄여가도록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뛰는 집값을 잡겠다며 금융당국이 은행 건전성 기준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DTI, DSR 규제 등을 부동산 대책으로 섞어 내놓다 보니 서민층의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하는 등의 시장교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서울의 LTV나 DTI 등은 40%로 돈 없는 서민의 경우 사실상 추가 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