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광 대우건설 주택마케팅팀 대리, 빅데이터로 ‘전략사업지시스템’ 구축
“중요한 건 선수가 아닌 승리를 사는 거예요. 승리하려면 득점할 선수를 사야 합니다.”(영화 ‘머니볼’ 중)
경기 실적은 바닥을 치고 재정도 넉넉지 않았던 미국 프로야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선수를 영입하는 방침을 새로 정한다. 데이터에 의한 영입. 출루율은 높으나 몸값이 싼 선수를 영입한 것이다. ‘진흙 속의 진주’를 데이터로 발굴한 것이다. 이 방식은 ‘머니볼(Moneyball)’로 불린다. 데이터로 선수를 영입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20연승의 대기록을 세웠다.
조영광 대우건설 주택마케팅팀 대리는 ‘대우건설의 머니볼’을 만들어가고 있다. ‘2만 시간, 12만 개 데이터’가 그 시작점이다. 주택을 공급하는 건설사나, 살 집을 찾는 실수요자는 객관적인 정보를 필요로 한다. 특히 데이터가 한정된 부동산 시장에서는 니즈가 더 크다. 그동안 각광받지 못한 시장을 찾아내는 조 대리의 빅데이터가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는 이유다.
◇ “가계대출금리 4.5%가 위험임계치…실수요자 대상 ‘알람’ 필요”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우건설 본사에서 조 대리를 만났다. 최근 ‘빅데이터로 예측한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라는 책을 펴내 업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조 대리는 올해 서울 부동산 시장을 “이례적인 쏠림현상”이라고 표현했다. ‘집값 상승→정부 정책→시장 둔화’ 패턴이 작년부터 이어지면서 ‘돈 있는 외지인’의 손길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두 달 남짓 남은 2018년 현재, 조 대리는 금리상승과 이에 따른 ‘애매한 중상층’의 타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조 대리는 “올해 서울의 쏠림현상은 이례적이다. 2007년 서울외거주자가 서울에 주택을 산 거래량은 월평균 980건이었다. 그 숫자가 2017년에는 1700건, 올해는 1680건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발표 주기는 약 6.5개월인 반면, 현 정부의 정책주기는 약 1.5개월로 짧았다는 것. 서울 집값을 잡으려는 정책과 서울에 집을 사야 한다는 시장의 부추김이 접목되면서 과열 현상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조 대리는 “10% 오를 가격이 20% 오른 격”이라며 “미래상승분을 앞당긴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현재 저금리 상황에서 괜찮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만약 문제가 발생한다면 애매한 중상층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에 주택을 마련한 서울외거주자가 대부분 경기도 분당, 부산 해운대 등에 거주하는 (소득분위별) 4분위인데, 다수가 자기 자산의 70%를 더 주고 서울에 집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즉, 서울에 투자한 외지인이 버텨주느냐가 관건이란 얘기다.
조 대리는 책에 “가계대출금리 4.5% 수준을 위험임계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며 “즉 가계대출 금리가 4.5%를 초과하면 주택시장의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그는 은행권에서 대출을 자제하고 있는 만큼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숨을 골랐다. 중요한 건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에게 리스크가 있다는 부분은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조 대리는 “애매한 중상층이 타격을 받으면 (집값의) 급격한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제 의견”이라며 “(이 같은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지만) ‘알람’은 해줘야 하고 시장이 둔화세로 접어든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이 최악의 경우를 알아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연장선으로 조 대리는 향후 부동산 시장에 중요한 잣대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은 애매한 중상층의 가계건정성이고, 전국 아파트의 3분의 1이 집중된 경기도는 금리 임계점 여부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대 광역시는 조선업 회복 여부가 관건인데, 부산의 경우에는 조정대상지역 해제 여부가 잣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0년부터 작업을 시작한 빅데이터 작업은 2013년에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진한 분양 산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회사 내 분위기도 바뀌었다. 데이터를 집적한 ‘전략사업지시스템’을 통해 분기마다 사업지를 선택하고 있다.
조 대리는 “부산 기장군 일광신도시도 빅데이터로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소도시라 우려가 컸지만, 해당 지역의 선행지표가 좋아 신규분양가만 잘 책정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패를 경험하면서 모은 데이터는 이제 대우건설의 무기가 됐다. 다수의 건설사가 외부에서 받은 수주정보를 바탕으로 분양지역을 선택한다면, 대우건설은 이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사업단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조 대리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무도 안들어가는 지방의 블루오션을 찾는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조 대리는 실수요자들도 부동산 시장을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데 이번에 발간한 책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말했다.
그는 “앞으로 ‘뉴노멀, 다극화 시대’가 올 것이다. 2년간 70만 호 신규입주가 있다. 새로운 생활권이 만들어지면서 시장 흐름도 두드러지지 않아 복잡할 것”이라며 “이 책의 취지는 DIY다. 전국시군구를 파악할 수 있는 레시피 14개를 한땀한땀 다 써놨다.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