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부터 지원금 1조 원을 긴급 수혈 받은 현대상선이 오는 2022년까지 연 매출 1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경영 위기 극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그러나 해운업 불황이 지속되고 있어 경쟁력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지난 26일 서울 연지동 본사에서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경영정상화를 위한 1조 원의 자금도 조달했고, 지난달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로 2020년 2분기부터 글로벌 선사들을 제치고 나갈 수 있는 토대를 구축 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 사장은 중장기 경영 목표 설명 등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진행하며 “오는 2022년까지 100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규모의 선복량을 확보하고, 100억 달러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최근 40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와 6000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발행을 통해 총 1조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에 앞서 현대상선은 지난달 2만3000TEU급 12척, 1만5000TEU급 8척 등 총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도 발주했다. 규모의 경제를 이뤄 머스크, MSC 등 글로벌 선사와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에서다. 현대상선은 이들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2020년 2분기부터 순차적으로 넘겨받아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신규 선박 발주 외에도 지난 2016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각한 부산신항 HPNT(현대부산신항만) 지분도 연내에 다시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거점 항만에 전용 터미널을 확보하고, 하역료 부담을 줄여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현대상선의 이같은 노력에도 시장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이미 2조 원의 정부 지원금이 투입됐지만 현대상선은 1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올 하반기 실적도 좋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추가 자금이 투입된 것과 관련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해양진흥공사 등 국가기관들의 지급 보증과 항만 지분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나 결국 국민 세금인 탓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선박을 인도 받는 2020년부터 현대상선의 경쟁력은 글로벌 톱클래스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며 “해운재건의 견인차 역할을 해낼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