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대 경제학부 교수
실제 국내 가계부채 문제는 최근 몇 년간 가장 큰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한 증권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기준에 맞춰 개인 사업자와 전세보증금을 합하면 2018년 3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총 2243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스위스를 제외하고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부채 증가율과 소득 증가율 간의 차이로 계산된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평균 3.1%포인트로, OECD 회원국의 평균보다 7.8배 빠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역시 주택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의 증가로 볼 수 있다. 취약계층의 경우 생활자금이 부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중산층 또는 고소득층은 주택 구입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저금리 기조가 오래 지속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확대되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 여기에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전세담보대출 증가까지 가계부채 증가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 한 증권사 보고서에서는 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의 부동산 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 근거로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임대차 통계시스템(RHMS) 자료를 들었다. 자료에 의하면 2018년 7월 기준 경제활동 인구의 22%인 614만 명이 전체 소유 주택의 절반인 770만 호를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아파트 한 채의 가격을 3억 원, LTV 60%로 가정하면 총 1389조 원의 부채가 있다는 뜻이 된다.
투자 목적이 원인이라고 하자. 투자 수요가 몰리는 이유는 당연히 높은 수익률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대출 금리에 비해 높고, 부동산 임대 수익도 얻을 수 있어 금융자산 투자에 비해 안정적인 고수익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가계가 부동산을 선호하는 것은 가계 자산 구성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실물자산이 가계 자산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5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은 비중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투자 수요를 금융자산 투자 수요로 유도할 방법은 없을까? 부동산 투자와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부동산 간접투자가 있다. 크게 부동산 투자 회사인 리츠(REITs)와 부동산 집합 투자 기구인 부동산 펀드로 구분된다.
주식회사 형태인 리츠는 부동산 투자를 위한 자금을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받아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 분쟁 해결과 부동산 시장 안정화 등 경기 회복을 위해 2001년 7월 도입됐다. 본질적으로는 다양한 투자 기회 제공과 안정적 수익, 그리고 세제 혜택 등으로 양질의 부동산 투자에 일반 대중이 참여할 수 있는 투자기구로 설계되었다. 2017년 12월 기준 32조 원 규모로 전년 대비 9조2000억 원 증가했지만 여전히 미국, 일본 등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규모이며 상장된 리츠도 4개에 불과하다.
반면, 부동산 펀드는 리츠보다 늦은 2004년 출범하였는데 2015년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적격투자자만 투자할 수 있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형태로 변화되었다. 부동산을 비롯하여 자본시장, 그리고 해외시장까지 고수익 투자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특징이 있지만 비상장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시장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고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일반 투자자들의 부동산 투자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리츠의 공모시장이나 상장을 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상장 기준 완화, 세제 혜택 정비 등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단기간에 가능한 방법들이 있다. 당장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이진 못하겠지만 대체투자 확보, 부동산 시장 안정화 등 장기적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