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시스템 운영을 놓고 금융결제원과 한국감정원의 공방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하루에 수십만 명이 찾는 ‘아파트투유’ 사이트가 누구 품에 안길지에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국토부 “청약시장 공적 기능 강화…금결원, 민간기관으로 관리 어려워”
금융결제원(이하 ‘금결원) 노동조합은 29일 오전 10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주택청약업무 부당이관 규탄 및 저지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금결원 직원 300여명이 참석했다.
금결원이 길거리로 나선 것은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13일 주택시장 안정대책에 청약시스템을 금결원에서 한국감정원(이하 ’감정원‘)으로 이관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당시 “청약시장 내 공적 기능을 강화하여 부정행위자 수사 현황 및 계약 취소 등 관련 현황을 감정원에서 관리토록 추진하겠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달 1일엔 ’전산관리지정기관 추가 지정 및 지정 취소 예고‘를 통해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6조제3항의 규정에 따라 입주자저축에 관한 전산관리업무를 감정원이 이행토록 고시했다. 금결원의 기관 지정 취소는 내년 10월 1일로 예고했다.
청약시스템은 단어 그대로 청약의 모든 업무를 수행한다. 이번 국토부가 고시한 이관 업무를 보면 △입주자모집공고 승인 통보 △당첨자의 명단관리 △부적격 당첨자의 명단관리 등이 포함돼 있다. 청약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아파트투유‘의 올해 5월 31일 하루 접속자 수만 27만 명이었다.
국토부는 청약업무를 감정원에 이관하려는 이유로 관리의 문제를 꼽았다. 금결원은 비영리사단법인으로 정부 감시에 자유로워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금결원은 공적시스템 감사나 관리가 되지 않는 조직인 반면, 감정원은 공공기관이고 예산통제, 국감 등 관리가 되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금결원은 1999년 국토부(당시 건설교통부)가 입주자저축 취급기관을 전 은행으로 확대 시행하면서 주택청약공동업무를 추진했다. 그리고 그 다음해 국토부가 금결원을 전산관리지정기관으로 지정해 현재까지 청약접수, 입주자 선정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도맡아온 청약업무를 감정원에 내주라는 정부의 지침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게 금결원의 입장이다. 국토부에서 문제점으로 지적한 부정행위자 점검에 대한 시스템도 올해 추진 과제로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금결원 관계자는 “올해 (행안부망과 연계해) 부정행위자 검증 프로세스를 도입하려고 했다”며 “청약시스템이 감정원으로 이관되더라도 (감정원도) 행안부망과 연결해 (부정행위자를) 사전에 걸러내는 작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감정원이 민관기관으로 업무 수행이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존에 정부망과 연결된 시스템이 있는 점을 꼽아 문제가될 소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금결원은 다른 업무에서도 정부망과 연결된 게 있다”며 “출입국관리소와 연계해 공인인증서 발급할 때 당사자가 해외로 출국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사전에 검증해 (공인인증서)발급하는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다”며 “(금결원이 민관기관이기 때문에 청약시스템을 이관해야 한다는)국토부 논리는 ‘어불성설’로밖에 볼 수 없다 없다”고 덧붙였다.
◇금결원, 청약업무 직원 30명·운영비 60억 향방은…?
금결원에서 청약관련 업무를 맡은 직원은 개발, 운영, 상담인원 등을 포함해 30명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약업무와 연계된 15개 은행으로부터 받는 회비(예산)는 연간 대략 60억 원이다.
은행들은 청약업무 운영비 10%는 균등분담하고, 나머지 90%에 관해서는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라 조회 등이 많은 은행이 더 부담하는 실적분담으로 이뤄진다.
국토부는 금결원에 감정원으로 이직하길 희망하는 직원 수, 조건 등을 취합해 이달 말까지 감정원에 전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영 금융결제원 노조위원장은 “시스템을 구축하면 테스트만 6개월이 걸린다. 기초적인 것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약시스템을 이관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시스템은 연장성, 안정성이 중요한데 우려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