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북 군산 일대 새만금 간척지에 태양광과 풍력단지 등 발전용량 4GW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단지를 세우기로 했다. 이곳 서울 여의도 면적 14배에 이르는 부지에 2022년까지 3GW 규모 태양광 발전설비 등을 건설하고, 2026년까지 1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꾸민다는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서 “새만금은 우리 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전환점”이라며 “대한민국 재생에너지의 중심지”라고 강조했다.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을 세계 최고의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예산 5700억 원이 투입되고, 10조 원의 민간투자를 유치해 연 200만 명의 건설 인력을 참여시킨다는 내용이다. 향후 10년간 연관기업 100개, 양질의 일자리 10만 개, 25조 원의 경제유발효과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첫걸음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까닭이다. 우선 여론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된 개발계획에 전북 지역을 기반으로 한 민주평화당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민평당은 당초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새만금의 ‘환(環)황해 경제중심’ 계획이 축소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새만금 개발계획은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집혔다. 1991년 첫 삽을 뜬 새만금 방조제 사업은 바다를 막아 여의도 면적의 140배나 되는 땅을 만든 최대 역사(役事)였다. 그럼에도 공사 중단과 재개를 수없이 반복하다 2010년 완공됐다. 개발계획 또한 착공 당시에는 농업용이었다가, 농지와 산업용으로의 배분(노무현), 농업과 복합도시의 결합(이명박), 농업을 폐기한 한·중 경협단지 조성(박근혜)으로 변경됐다. 사실 새만금에 대규모 풍력·태양광·조력에너지 시범단지를 건설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로 만든다는 구상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에도 나왔었다.
무엇보다 이번 계획 발표에 앞서 새만금에 대한 태양광·풍력의 부존 자원량, 입지 적합성, 경제성, 민간기업의 투자 가능성 등 타당성 조사나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다. 공론화 과정도 없이, 정부가 추진하는 ‘3020 탈(脫)원전 정책(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밀어붙이려 급조(急造)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민간투자 10조 원을 유치하겠다고 한다. 기업들은 수익이 확실치 않은 곳에 투자를 꺼린다. 갑작스러운 탈원전 드라이브에 기업들은 그렇지 않아도 에너지 불확실성의 리스크를 겪고 있다. 솔직히 정책의 지속성을 신뢰할 수 없고, 규제 환경도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마당에 어떤 기업이 선뜻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인가. 새만금 재생에너지 계획이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