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부 차장
처음에는 이 말의 뜻을 쉽사리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국내 웹하드 1위 업체 ‘위디스크’의 실소유주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행태를 보면, 어쩌면 인간이 악마를 대신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 온라인 매체가 공개한 양 회장의 행동은 참으로 엽기 그 자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양 회장은 2015년 4월 성남시 분당구 위디스크 사무실에서 전직 직원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과 함께 폭행을 가한다.
무릎을 꿇게 하고, 사과를 강요하는 장면도 나온다. 회사 고객게시판에 양 회장과 관련한 댓글을 달았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런데 더욱 더 황당한 것은 그 다음이다.
해당 영상이 CCTV나 사건 관계자 모르게 찍힌 영상이 아닌 양 회장이 직접 촬영을 지시해 기록한 영상이라는 것이다.
양 회장의 엽기적인 행각은 이 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영상에서 양 회장은 석궁을 들고, 닭 사냥을 나선다. 또 다른 직원은 일본도로 닭을 베는데, 이 또한 양 회장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영상이 공개된 후 국민적 공분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양진호 회장을 엄하게 처벌해 달라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양 회장에 대한 경찰 수사도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형사 합동수사팀은 2일 오전 9시께부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양 회장의 자택과 인근 위디스크 사무실, 군포시 한국미래기술 사무실 등 10여 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에 대해) 증거관계를 명확히 확인한 후 최대한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돌아보면 기업 오너들의 갑질 사태는 비단 어제 오늘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진家 오너 일가의 갑질과 대웅제약 회장의 욕설과 폭언 그리고 교촌치킨 오너家 폭행 논란 등은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오너 갑질 논란이 있을 때 마다 당사자들은 모든 직위를 내려 놓고 백의종군한다고 선언하지만, 이 또한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경영에 복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소나기는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것을 누구 보다 더 잘 아는 기업 오너들이다.
하지만 이제 더는 갑질 논란에 선 기업 오너들에게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된다. 이번 양 회장을 기점으로 악마의 탈을 쓴 이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고, 다시는 경영에 발 디딜 수 없게 일벌백계(一罰百戒)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고 또 다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게 한다면 제2, 제3의 피해자는 생길 것이고, 을(乙)의 눈물은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다.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과 갑(甲)의 위치에서 을(乙)은 하찮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 그 무모함이 결국 자신을 파탄에 이르게 한다는 교훈을 뼈 저리게 느낄 수 있기를 진정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