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만났다] 배드파더스 구본창 대표 "160억 있어도 양육비 안주는 나쁜아빠…美는 FBI가 관리"

입력 2018-11-07 09:00수정 2018-11-0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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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구본창(55) 배드파더스 사이트 대표는 양육비는 아이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고, 양육비 미지급은 범죄라고 강조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제보하는 엄마들은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는 겁니다."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구본창(55) 대표는 새 부인 혹은 여자친구와 풍족한 생활을 누리면서도 양육비 지급을 미루고 있는 아빠들을 '나쁜 아빠'라고 불렀다. 그가 올해 7월 문을 연 '배드파더스(Bad Fathers)' 사이트는 고의로 양육비를 주지 않은 아빠들의 신상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해 양육비 지급을 압박하는 게 목적이다.

6일 동작구 한 카페에서 만난 구 대표는 양육비를 못 받는 피해자만 현재 100만 명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아빠는 재작년 로또 1등에 당첨됐고, 아프리카TV의 BJ로 활동하면서 160억 원이 넘는 재산을 가졌지만, 양육비를 주지 않고 있다"면서 "양육비를 주지 않고 버티는 이런 아빠들을 국가가 나서서 압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자주 언급되는 대안은 '국가 양육비 선지급제'를 들 수 있다. 이 제도는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하고, 이후 양육비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활발히 시행 중이다. 독일을 비롯해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1개국 가운데 18개국이 국가 선지급제를 도입했다.

미국의 경우, 주 정부의 양육비 강제이행을 위해 부모의 위치탐색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으며, 국세청과 FBI(연방수사국)와 같은 여러 정부기관이 해당 서비스에 협력하고 있다. 또한, 부모가 이행하지 않은 양육비를 계산하고 세금 환급을 받을 때 강제징수하거나, 계좌를 압류하고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정부가 운영하는 '양육비 이행원'이라는 기관이 존재한다. 하지만, 양육비 문제를 겪고 있는 부모 수보다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구 대표는 "매년 양육비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요청이 이행원에 3만 건 정도 들어오는데 기관 소속 변호사는 20명 정도밖에 없다"며 "이곳을 통해 양육비 문제를 해결하려면 2년가량이 걸리기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아빠의 신상을 제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공개되는 신상 정보는 법원 판결문을 기준으로 하고, 양육비 합의서와 공증 합의서 등을 참고한다. (출처=배드파더스 홈페이지)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 초기에 올린 나쁜 아빠 명단은 200여 명. 이 가운데 31명은 양육비 지급을 완료했고, 나머지 169명은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 오로지 제보에 의해서 운영되지만, 잘못된 정보가 게재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구 대표는 "신상 공개는 무조건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진 최종 법원 판결문을 기준으로 한다"면서 "동시에 양육비 합의서와 공증 합의서 등도 참고하기 때문에 오류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을 시작한 이후 구 대표는 각종 고소와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동대문경찰서와 화성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도 그가 양육비 문제에 이토록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양육비 지급 판결 이후에도 10명 중 8명이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는 "더 안타까운 것은 이혼한 배우자의 보복이 두려워 양육비 소송을 못 하고, 배드파더스에 제보도 못 하는 여성들이 정말 많다"라고 덧붙였다.

구 대표는 사회의 관심을 양육비 문제 해결의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그는 "여성가족부뿐 아니라 여성단체들조차 양육비 피해자들에게 관심이 없다"며 "다들 해당 사안을 정치적으로만 이용할 뿐"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여성단체마저도 관심이 없는 양육비 피해자 문제에 국가도 관심이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 아니겠냐"며 탄식했다.

구 대표 가족은 모두 필리핀에 있다. 그 역시 이번 달에 필리핀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이트 운영으로 계속 고소를 당하면서 필리핀으로 돌아갈 날짜를 잠시 미뤄둔 상태다.

대치동 입시 학원에서 잘나가는 영어강사였던 그가 모든 일을 제쳐두고 양육비 지급 문제에 뛰어들게 된 배경은 뭘까. 구 대표는 여기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제가 딸 가진 아빠니까요. 두 명의 딸을 가진 아빠의 심정으로 이런 일들을 보고 마음이 움직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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