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심야 전기료 인상, 태양광 업계 생존권 위협

입력 2018-11-0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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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효선 산업부 기자

태양광 업계가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6월 글로벌 태양광 시장인 중국이 보조금 축소 등 태양광 산업의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시장이 잔뜩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 OCI의 폴리실리콘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15% 감소했다. 평균 가격은 22%나 떨어졌다. 업계는 힘겨운 ‘버티기’에 들어간 상태다. 상황이 나빠진 OCI는 3년 만에 희망퇴직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그런데 가뜩이나 어려운 상태에서 업계의 생존을 위협할 ‘치명타’가 하나 더 고개를 들고 있다. 바로 산업용 경부하 요금제도 개선이다.

기업에 적용되는 경부하 요금제는 심야 시간에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제도다. 경부하 요금 할인 폭이 줄거나 폐지되면 자연스럽게 산업용 전기요금이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태양광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은 생산하는 데 전기가 많이 소모된다. 폴리실리콘 제조원가의 3분의 1가량이 전기요금이다. 그리고 공장은 정기보수를 제외하고는 365일 24시간 돌아간다. 전기요금 인상은 태양광 업계의 생존권과 직결된다는 뜻이다.

이미 국내 폴리실리콘 업체들은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전기를 사용하는 업체들과 힘겨운 경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OCI가 지난해 인수한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공장만 해도 국내 공장보다 3분의 1 수준의 값싼 전기료로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적 상승 요인이 생긴다면 원가경쟁력에서 더 크게 밀릴 수밖에 없다.

경부하 요금 인상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배경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서 찾는 이들이 많다. 탈원전 정책으로 흑자였던 한전이 적자로 돌아섰고, 이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 압박 요인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탈원전 정책의 여파는 원전의 대체 발전원으로 떠오르는 태양광 산업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아니, 업계의 생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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