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재수 없어요!"
2019학년도 수능 시험일 아침이 밝았다. 수능 시험장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등학교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인근 대영고, 신도림고, 영신고 등 각 학교를 대표하는 수험생 응원단이 나와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올해 수능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입시 한파'는 없었지만, 영상 4도의 아침 기온을 보이면서 생각보다는 조금 더 쌀쌀했다. 미세먼지가 기승인 날씨에도 후배들은 마스크조차 쓰지 않고 목청껏 응원을 외쳤다.
"선배님 재수 없어!", "찍으면 정답", "대학 합격 너야 너". 학교별로 재치 넘치는 피켓 문구를 들고 경쟁하듯 자신들의 선배를 응원했다.
영등포 영신고등학교 2학년 김여진 양은 "선배들이 너무 떨릴 것 같다. 그래도 잘 했으면 좋겠다"라며 "내년에 나도 수험생이 될거라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대영고등학교의 한 학생은 '자원해서 응원 나온 것이냐'라고 묻자 "학생회라서 학교를 대표해 응원하러 왔다"면서 "우리 학교 선배들이 시험을 잘 봤으면 한다"고 기원했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응원전으로 시험장 입구는 후끈했다.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수험생들은 후배들이 미리 준비한 선물을 받아들고 잠시나마 긴장된 마음을 푸는 느낌이었다. 한 남학생은 "화이팅하세요"라는 후배의 우렁찬 구호에 "만세!!"를 하며 화답했다.
작년 수능은 한파로 롱패딩 행렬이 줄지었던 것과 달리 이번 수능은 한파가 없는 탓인지 수험생들은 비교적 가벼우면서도 편한 트레이닝 복과 점퍼 등을 착용한 모습이었다.
잠깐의 해프닝도 있었다. 입실시간이 끝나기 20분 전 도시락을 싸들고 입시장 앞에 온 한 아버지는 "여기가 입시장인데 어디로 간거냐. 대체 뭐하는 거냐"라며 누군가와 오랜시간 동안 통화를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시험장 교문 먼발치에서 두 손을 꼭 모은 채 서성이던 장훈고등학교 수험생의 부모는 '(자녀가) 시험을 잘 볼 것 같냐'는 질문에 "잘해왔으니 잘 할 거라 믿는다"라며 "끝나고 맛있는 저녁을 해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기자와 말을 하는 중에도 학교 쪽을 향해 시선을 떼지 못하는 모습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수능 입실시간 만료 직전엔 한 학생이 다급하게 경찰차를 타고 교문 앞에 도착하기도 했다. 수능 입실시간인 8시 10분을 1분 남겨두고 한 학생은 경찰차에서 내려 급히 교문 안으로 달렸다. 이에 후배들은 끝까지 힘을 실어주며 "대박나세요!"라고 외쳤다.
입시장 앞에서 부모들에게 따뜻한 아메리카노 커피를 건네던 인근 카페 사장은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응원차 나왔다"라며 "학생들도 화이팅하고 그간 뒷바라지한 부모님들도 수고하셨다"라고 말했다.
시험장을 찾은 대학생서포터즈들은 "힘내세요" 피켓을 들고 수능 대박 기운을 발산했다. 그들은 "대학생이지만 후배들을 응원하고 싶어서 일부러 왔다"면서 "화이팅!"이라고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입실 시간 만료 후 교문이 닫히자 교문 밖으로 몇몇 수험생 가족들이 모였다. 그들은 8시 10분부터 시험이 시작된 8시 40분 이후까지 시험장 쪽을 보며 각자의 방식으로 기도를 보냈다.
한 할머니는 손주의 선전을 기원하며 눈을 감고 나지막이 기도문 혹은 염불을 외웠다. 다른 수험생의 어머니는 두 손을 꼭 쥐고 간간이 눈물을 닦아내듯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소원을 비는 모습이었다.
한편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15일 전국 86개시험지구, 1190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실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