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시장, 권리와 의무 조화 이뤄야”…“태양광 패널, 쓰레기 아니다”
◇발전소 옆에서 같이 살자고 해야 하나 = 박 대표는 지난달 군산 발전소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안내를 맡았다. 군산 발전소는 정부가 새만금에 조성키로 한 거대 수상태양광 단지의 모델이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데다 국내에 몇 안 되는 대규모 수상 태양광 시설이다.
박 대표는 태양광 발전소가 가동에 들어가면서 제기된 여러 가지 근거 없는 의혹에 골치를 썩이고 있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14일에도 발전소 측이 패널을 세제로 세척해 수질을 오염시킨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박 대표는 “빗물로 패널 위 미세먼지가 씻겨 내려가는데 왜 세제를 쓰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대표는 “철새 새똥이 눌어붙은 때만 수돗물로 닦는다”며 “혹시 모를 중금속 걱정 때문에 지하수도 안 쓴다”고 했다. 그는 “발전소에 와보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가 하지 않은 걸 두고 이상한 이야기를 한다”며 “‘발전소 옆에서 같이 살아보자’고 해야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표는 태양광 패널 속 중금속 유출 우려도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재해 등으로 패널이 깨지면 납(Pb) 등 중금속이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중에 많이 유통되는 태양광 패널에는 한 장당 납이 10g 정도 함유돼 있다. 이에 박 대표는 설계 안전성을 강조했다. 그는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바람의 영향을 줄이려고 패널 설치 각도를 15도로 낮췄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햇빛을 가장 잘 받을 수 있도록 30도 정도 기울여 패널을 설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박 대표는 “패널 설치 각도를 낮추면 발전 효율은 1~2% 정도 떨어지지만 태풍 같은 위험에 (내구성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군산 발전소는 부력체(태양광 패널을 물에 띄우는 구조물) 밑에 닻 역할을 하는 ‘계류 시스템’을 설치해 수위가 30m 넘게 올라가더라도 설비가 흘러가거나 파손되지 않도록 설계됐다. 박 대표는 “큰 배에 쓰는 설계랑 똑같다. 올여름 태풍이 두 번 왔지만 우리 패널은 2도도 안 틀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설사 표면의 강화유리가 깨지더라도 그 안의 납은 EVA(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라는 특수 재질로 코팅돼 있어 물에 바로 녹아드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패널은 쓰레기가 아니다 = 박 대표는 태양광 패널의 재활용 가능성도 강조했다. 최근 태양광 발전 시설이 급증하면서 폐패널 처리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는 보통 설치 후 20년이 지나면 감가상각을 적용해 패널의 수명이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노후 패널이라도 신품의 80% 정도로 발전 효율을 유지하기 때문에 해외 수요가 충분하다는 게 박 대표의 논지다.
박 대표는 “아프리카 콩고에 가면 패널 한 장으로 만든 전기를 팔아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쓰레기를 (다른 나라에) 갖다 버리느냐’고 할 수도 있는데 패널은 쓰레기가 아니다”라며 “패널로 전기를 만들어 생계를 꾸리는 사람에게는 7만 원짜리 재활용 패널이라도 얼마나 절박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군산 발전소가 운영을 시작하자마자 콩고뿐 아니라 튀니지, 몽골, 말레이시아 등에서 20년 후에 폐패널을 수출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초기에 태양광 발전을 시작한 시설들의 패널 교체 주기가 시작되는 7~8년 후면 국내에서 패널 재활용이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때엔 신규 패널 생산과 패널 재활용이 선순환을 이룰 것으로 봤다.
◇공사는 반년, 인허가는 1년 반 = 박 대표는 태양광 발전 사업을 진행하며 겪은 어려움도 털어놨다. 촘촘한 규제가 대표적이다. 그는 “공사보다 인허가 받는 시간이 더 길었다”고 지적했다. 군산 발전소의 공사 기간은 6개월이었지만 관계 기관 인허가를 받는 데는 1년 반이 걸렸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물론 군산에 주둔하고 있는 미(美) 공군까지 24곳의 도장을 받아야 했다. 박 대표는 “특히 환경과 재난 안전 관련 허가가 가장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박 대표가 규제로 어려움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전북 무주군에 풍력 발전기 설치를 추진할 때도 환경 관련 규제와 민원에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 박 대표는 “허가를 받느라 4년 동안 17억 원을 까먹었다. 결과적으로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할 때 10건 중 9건은 규제 때문에 실패다. 한 건 (인허가를 받는 데) 성공하면 대박”이라고 했다.
복잡한 인허가 과정을 통합하면 편하지 않을까. 박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재생에너지 사업은 추진하는 쪽과 막으려는 쪽, 공수가 명확하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전력 생산, 권리와 의무 조화 이뤄야 = 인터뷰 말미에 재생에너지 산업의 전망을 물었다. 그는 “전기 전공자로서 당장 원전을 중단하는 것은 나도 반대다”라면서도 “미래에는 재생에너지·클린에너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장은 전기 가격이 올라갈 수 있지만 에너지 시장에서도 권리와 의무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비용 부담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장기적으로는 비용 부담도 덜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 대표는 “이전에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이 문제가 됐지만 이제는 ESS(에너지저장장치)가 나와 효율도 올라가고 새로운 시장이 생기지 않았느냐”며 “앞으로는 재생에너지 분야에 일자리도 더 많이 생기고 전기 가격도 안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햇빛은 신이 준 선물”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박식 대표는
박 대표는 자신을 ‘재생에너지 1세대’라고 소개한다. 전기 업체에 종사하던 중 재생에너지 사업의 유망성을 보고 일찌감치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2001년 풍력 발전 사업을 시작해, 2006년에는 태양광 발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군산뿐 아니라 전북 남원과 부안, 강원 태백에서 재생에너지 시설을 운영 중이다. 현재 디엔아이코퍼레이션 매출 350억 원 중 300억 원이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나온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유공자로 2009년과 2014년 두 차례 전북지사 표창을 받았다.
전주=박종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