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막히면서 미국산 곡물·돼지고기 가격 하락 전망
장기화하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이 한국 농산물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수출길이 막힌 미국산 농산물 가격이 낮아지면서 사료, 유지(油脂) 등 곡물 수입기업은 원가 절감 혜택을 누리지만 가격 경쟁력이 낮아진 양돈농가는 피해를 볼 수 있다.
21일 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의 '농업·농촌경제 동향 2018년 가을호'에 따르면 미·중간 관세 전쟁으로 한국 농식품 시장이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곡물, 돼지고기 등의 교역 상황이 급변하면서 국제시장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 3월 미국 트럼프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수입품에는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를 부활시키면서 미·중 간 무역분쟁은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무역분쟁 중 미국과 중국이 각각 상대국에 보복관세를 부여한 품목은 각각 729개 품목, 744개 품목이다. 미국의 보복관세 대상은 중국산 채소와 과일 등이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와 돼지고기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맞받고 있다.
특히 중국은 농산물 관세를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요 보복관세 품목으로 꼽히는 대두의 주산지인 미국 중서부가 트럼프의 표밭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돼지 사육 국가인 중국은 돼지에게 먹일 사료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에만 미국에서 139억 달러 규모의 대두를 수입했다. 미국산 대두의 최대 시장이던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올해 미국산 대두의 재고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시카고선물거래소의 대두 가격도 무역분쟁 직전인 3월 5일 1톤에 392달러에서 이달 20일 324달러까지 떨어졌다.
미국산 돼지고기 역시 수출액의 25%를 차지했던 중국이 최소 50%의 보복관세를 매기면서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수출액의 15%를 차지했던 멕시코도 보복관세를 매기고 있어 미국으로선 대체시장 확보가 급한 상황이다.
농경연은 대두, 곡물, 돼지고기 등의 국제시장 가격이 미·중 분쟁 여파로 불확실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 득실을 품목별로 갈릴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산 대두로 사료나 식용유 등을 가공해 판매하는 기업이나 이들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미·중 무역 분쟁의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대두는 자급률이 5~10%밖에 안 돼 국제 가격 변화에 민감한 품목이다. 실제 올 1~3분기 미국산 대두 수입량은 42만1355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늘었다.
양돈 농가는 수입단가가 낮아진 미국산 돼지고기가 국내 시장에 몰리면 피해를 볼 수 있다. 올해 돼지고기 수입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농경연 측은 "선제적인 사육 마릿수 조정과 수출을 포함해 소비 증대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농경연 측은 이와 함께 "우리나라 수출 농식품은 미국시장에서 중국 농식품에 대해, 그리고 중국시장에서 미국산 농식품에 대해 각각 가격경쟁력이 제고된 만큼 두 해외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수출지원 수단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