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 해운업계의 화두는 ‘환경규제’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규제 시행이 눈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2020년 1월 1일부터 황산화물 규제가 시작되면, 공해상에서 운행하는 선박의 경우 황산화물 함유량 0.5% 이하인 저유황유 사용이 의무화된다. 이에 전 세계 선사들은 각자에게 가장 효율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대형 해운물류 기업인 현대상선의 경우 황산화물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탈황설비인 ‘스크러버’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최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했는데, 이 선박에는 모두 스크러버가 설치돼 있다. 스크러버는 현재 사용하는 선박에 설치할 수 있고, 기존의 연료유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초기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은 스크러버 설치의 단점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스크러버 설치 시 선박 한 척당 500만 달러(약 56억 원)의 비용이 드는 탓이다. 이외에 설비 유지를 위한 추가 관리비도 발생한다. 또한, 설치까지 최소 10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돼 그 기간 선박 운항이 불가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저유황유 사용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선, 저유황유는 스크러버 설치와 다르게 초기 투자비가 필요하지 않다. 다만 고유황유 대비 50% 이상 비싼 단가와 공급 지역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존재한다. 또한, 환경규제가 본격화하는 2020년 이후 가격 예측이 어려워 수급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LNG(액화천연가스) 연료 사용 방안도 환경 규제 대응 방안으로 거론된다. LNG의 경우 현존하는 최상의 ‘친환경 연료유’로 꼽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LNG 벙커링(LNG를 선박용 연료로 주입하는 행위) 시설이 부족하고, 이에 따른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선적 공간 손실 발생도 필연적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 등 일부 관련 업계에서 LNG가 차세대 선박 연료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현업에서 실제로 LNG가 효율적이라는 것은 증명된 바 없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현대상선의 경우 이번 IMO 환경규제를 시장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이 회사의 경우 덴마크의 머스크나 스위스 MSC와 비교하면 기존 보유 중인 선박 수가 적어, 환경규제에 비교적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머스크의 경우 비용 문제로 인해 스크러버 설치와 저유황유 사용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