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회에 반대입장 전달
한국경제연구원은 5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협력이익공유제’에 대해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기업의 이익 공유를 법제화하는 것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으며,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경기 침체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기업의 혁신과 활력을 저해시켜 결국 경쟁력을 훼손할 것이란 내용이다.
한경연은 이날 “정기국회 종료일인 오는 9일 이후 협력이익공유제 통합 발의가 예상되는 만큼, 협력이익공유제가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점을 사전에 국회에 건의함으로써 경제계의 입장을 대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대·중소기업 간, 중소기업 상호 간 또는 위·수탁기업 간 공동 노력을 통해 달성한 협력이익을 위탁기업 등의 재무적 성과와 연계, 사전 약정한 바에 따라 공유하는 계약모델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6일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을 위해 올해 안에 기존 발의된 상생협력법 개정안 4건을 통합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경연은 협력이익공유제가 분배대상인 대기업 목표이익 설정은 물론 협력사 기여도 평가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협력이익공유제의 배분대상인 기업의 이익은 금리·환율·내수 및 수출시장 동향 등 다양한 외생변수에 따라 수시로 변동하므로 이익목표를 미리 설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것이다. 설령 목표이익을 설정했다 하더라도, 협력업체별 기여도의 사전합의는 사실상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경연은 “대기업 1차 협력사만 수백 개인데, 업체별로 이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개별 협력사별로 분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설사 기여도 측정을 시도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협력사 원가정보 공개 등이 필요하나 이는 협력사 입장에서 부담일 뿐만 아니라 검증단계에서 기술유출, 경영간섭 등의 부작용이 초래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또한 한경연은 협력이익공유제가 기업의 기본 목적인 이익 추구는 물론 혁신 유인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경연은 “ 협력사 기여는 이미 납품단가 조정, 거래기간·구매물량 확대 등 시장 자율적 방식으로 선(先)반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제화로 대기업 이윤을 재배분할 경우, 위탁기업의 이윤추구 동기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협력이익공유제는 기업 혁신활동이나 효율성 제고, 신제품 개발 등의 유인을 저하시키는 반시장적 제도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 역시 협력이익공유제가 대기업 혁신과 이윤추구 유인 약화, 주주재산권 침해 등 시장경제원리 위배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서울소재 22개 대학교 상경계 교수 100명 중 76%가 협력이익공유제를 반시장적제도로 인식하고 있으며, 72%가 제도도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협력이익공유제가 주주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한경연은 지적했다. 이 제도는 주주의 기업에 대한 잔여재산 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 근간을 허무는 제도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배당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업이익의 일부가 납품 중소기업에 돌아간다면 주주이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것이 된 다는 것이다.외국인 주주의 경우 이러한 재산권 침해에 반발하여 관련 주식을 처분할 경우 주가에 부정적 영향도 우려된다.
회사법 전문가인 성균관대 최준선 교수도 지난달 “주주의 몫인 잔여이익을 협력사와 공유하려면 사전에 주주의 허락을 받아야 하며, 주주총회 승인 없이 협력사에 배분할 경우 추후 배임죄 등으로 주주에게 책임추궁을 당할 수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한경연은 이 제도가 대기업의 이익만 공유할 뿐 손실은 공유하지 않아, 위험 공유 없이 대기업에게 책임만 전가하는 셈이라며 결국 이익이 발생하면 협력사와 나누고, 손실이 발생하면 대기업만 부담하라는 것은 경영활동 결과의 자기부담 원칙에 위배된다고 우려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 있어서도 득보단 실이 많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부 대기업과 거래하는 협력 중소기업에만 특혜로 작용할 수 있어 중소기업간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고 결국 중소기업의 사업기회가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협력이익공유제로 특혜를 받는 중소기업은 경쟁력 제고보다는 다른 중소기업의 대기업 거래진입을 차단하는 데 주력할 수 있고, 자발적 혁신동기 상실로 영세화되거나 대기업의 영구적 수직 하청구조로만 존재하게 되어 세계적 강소기업으로의 성장이 곤란해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협력이익공유제가 중소기업 네트워크 약화는 물론 해외 생산기지 이전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주장이다. 한경연은 “협력이익공유제가 시행되면 중장기적으로 대기업이 부품업체를 직접 운영하거나 이익을 나누지 않아도 되는 계열사와의 거래비중을 높임으로써 기존의 중소기업 네트워크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부품 납품기업을 해외로 변경하거나 해외 생산법인 현지화로 국내와의 거래비중을 축소시켜, 결과적으로 국내 부품업체들의 납품물량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대기업도 협력이익공유제의 부담이 없는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등 기업의 해외이전을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경연은 이 제도가 국내 대기업에 역차별이 될 요인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외국 대기업이 협력사와 이익공유 모델을 도입하고 있더라도 이는 기업들의 자발적 니즈에 따라 시행하는 것이며, 법제화로 제도 자체를 명문화하려고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어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역차별적 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경연 유환익 상무는 “최근 우리경제는 주력업종 침체에 따른 산업구조의 침하(沈下)가 진행되고 있다”라며, “협력이익공유제가 법제화될 경우 경제성장의 주요동인(動因)인 기업들의 혁신과 활력이 저해됨으로써, 산업경쟁력이 더욱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