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욕망' '훈(訓)'이란 시대가 개인에게 품은 '욕망'이라는 게 저자의 공식이다. 일상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강요되는 훈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고, 한 개인을 만드는 데 직간접적으로 훈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결국 훈은 한 인간의 격(格)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회적 기제라고 할 수 있다.
이 납득하기 어려운 공식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설명을 보탠다. "근대의 시작은 본격적인 '훈의 시대'가 개막되었음을 알리는 것이다. 시대가 드러낸 욕망의 물결은 개인에게 본격적으로 그 훈을 전달하기 시작했고, 그것으로 근대인이 될 것을 요구했다. 성실, 근면, 절제, 위생, 저축, 협동과 같은 단어들이 여러 매체의 논설, 위인전기, 광고 등을 통해 무척이나 반복적으로 개인에게 가서 닿았다."(본문 29p)
학교는 '순결', '정숙', '책임', '열정'을, 회사는 '참된 일꾼'이 되라고 말한다. '남들보다 두 배 더 열심히 일하고', '남들보다 두 배 더 빨리 출근한다'는 식의 지킬 수 없는 공허한 외침도 포함된다.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에서도 훈은 작동하는데,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라는 아파트 광고처럼 개인은 일상화된 공간에 저마다의 특별한 훈을 전시하고 싶어한다. 책꽂이, SNS 등을 떠올리면 된다.
액처처럼 우리를 감싸고 있는 훈을 어떻게 걷어내고 뒤집을 수 있을까? 저자는 야만적이고 낡은 훈을 폐기하고 새로운 훈을 만드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아무에게도 강요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상처주지 않으며, 아무에게도 무겁지 않은 이 훈은 저자의 작은 '제안'이자 책을 쓰게 된 동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