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사장 퇴진' 삼성물산 패션사업 위축 불가피

입력 2018-12-1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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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패션사업이 더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년간 이어졌던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오너 경영이 사실상 막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앞서 발표된 인사에서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은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이 인사에서 이 사장을 ‘전(前) 삼성물산 패션부분 사장’으로 표기한 것이 퇴진설의 도화선이 됐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서현(45)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의 퇴진설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전문경영인을 통해 쇄신에 나설 전망이다.

그러나 오너 경영으로도 지난 몇 년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과연 적임자가 누구일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간 빈폴키즈가 수익성을 이유로 오프라인 판매를 접었고 빈폴아웃도어는 빈폴스포츠에 합병됐다. 주력 브랜드인 빈폴이 브랜드를 확장하기보다 하위 브랜드들의 통합을 통한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실적 역시 신통치 않다. 2016년 매출 1조8430억 원에 45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올해 다시 수백억 원의 적자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추산된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조2649억 원이지만 이미 12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 4분기에 선전한다고 해도 흑자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실적 부진만으로 이 사장이 퇴진을 결정했다는 것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사장은 급변하는 패션업계에서 트렌드를 읽는 감각이 뛰어난 인물로 불린다. 실제로 그는 2016년 열린 ‘컨데나스트 인터내셔널 퓨쳐 럭셔리 컨퍼런스’ 기조 연설자로 나서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국내 소비재 기업들에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할 온라인 서비스 강화와 관련 브랜드의 육성을 강조한 바 있다.

올해 이 사장의 행보 역시 퇴임을 앞둔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 최근에는 빈폴아웃도어를 빈폴스포츠로 리뉴얼한 후 밀레니얼 아이콘인 ‘트와이스’를 모델로 발탁했다. 미국 유명 러닝 브랜드 ‘브룩스 러닝’의 국내 독점 판권을 확보한 데 이어 홈퍼니싱 분야 강화를 위해 스웨덴 토털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그라니트’를 국내에 론칭하는 등 패션 이외의 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이 사장의 퇴진설에 삼성물산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아직 삼성물산과 그룹 인사 발표 전인 만큼 사장 인사를 예단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사장의 퇴진이 현실화할 경우 기업 문화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는 CJ의 문화산업 위축을 사례로 꼽는다.

앞서 CJ는 문화 부문을 총괄하던 이미경 부회장이 몇 년 전 요양을 이유로 미국행에 오르며 문화사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당시 ‘CJ는 문화입니다’라는 슬로건의 기업 이미지 광고가 자취를 감췄다. 문화 관련 예산마저 축소됐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미경 부회장은 아시아가 주목하는 여성 CEO였지만 정권의 압력에 밀려 퇴진할 수밖에 없었고 이재현 회장의 부재까지 덮치면서 CJ문화산업 성장이 둔화되기도 했다”며 “일부에서는 이서현 사장의 퇴임 이후 삼성 패션 사업이 이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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