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사적 판단은 사법부ㆍ수사기관의 몫…환자안전법 개정안 국회 계류 중
이 청원은 지난 9월 분만 도중 숨진 산모의 남편이 직접 올렸으며 심정지 상태에서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당시 경찰에 의료기관을 고소,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해당 의료기관은 지난 11월 폐업해 피해자에게 배상할 수 없는 상태다. 이 청원에 21만 명이 동의해 청와대는 답변에 나섰다.
이날 답변에 나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출산 중 신생아가 사망하고 산모가 뇌사에 빠진 중대한 의료사고로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의료기관이 폐업 등의 이유로 의료사고 피해자에게 배상이 불가능할 경우,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대신 지급할 수 있다”며 “정부는 피해자에게 우선 배상하고 의료기관에 추후 구상을 청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의료기관의 과실이 없더라도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분쟁중재원이 최대 3000만 원 범위에서 보상하고 있다. 국가와 의료기관이 7대3 비율로 분담해 보상 재원을 마련했으며 2014년 이후 2018년 11월까지 보상을 청구한 73건 중 55건에 대해 13억7000만 원이 지급됐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박 장관은 “이번 청원을 계기로 의료사고는 물론, 환자 안전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정부 역할을 점검하고 있다”며 “수년간 진행해온 환자안전관리체 구축도 본 궤도에 올랐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백혈병 치료를 받던 정종현(당시 9세)군이 투약 오류로 사망한 뒤, 의료사고를 줄이고자 정부와 국회는 입법토론회 등을 거쳐 2015년 환자안전법(일명 종현이법)을 제정했다. 법 제정 이후 의료사고에 대한 자율 보고가 이뤄지면서 2016년 563건이 보고된 의료사고는 2017년 4427건, 2018년에는 11월까지 8361건이 집계됐다.
박 장관은 “의료 사고를 줄이기 위해 사례를 통해 관행 등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오류의 체계적 관리는 중요하다”며 “현재 자율보고 시스템 대신 보고 의무를 부과하는 환자안전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국가단위 환자안전관리 인프라를 구축해, 국가환자안전본부, 환자안전지원센터 지정 및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날 박 장관과 함께 청와대 온라인 방송을 통해 청원 답변에 참여한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환자안전사고 보고의무를 부과하고 벌칙 규정 등에 대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같은 오류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며 “주요 선진국들은 이른바‘적신호 사고’ 즉 사망사고 중심으로 의료 오류 보고를 이미 의무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자는 치료 전반에 자기 결정권을 가져야 하고 충분한 정보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이사는 “갑자기 의료사고를 당한 분들에 대해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나 폐업 의료기관을 대신해 미리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 등은 효과가 있다”면서도 “건강권을 비롯해 의료 이용자가 도움받을 수 있는 정당한 권리가 더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정부는 환자안전 교육자료를 만드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며 “의료진은 물론 환자 및 보호자 대상 교육자료 개발 연구를 올 4월에 시작했는데 2020년까지 진행된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박 장관은 “일단 의료오류 의무보고 대상이 되는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의 범위를 결정하고, 의무보고 대상 범위 및 대상 기관의 단계적 확대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며 “실제 시행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일단 법이 통과된다면 2020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한편 청와대는 20만 명의 추천을 받은 청원에 대해서 답변을 하고 있다. 이번 답변으로 61개의 청원에 대해 답변을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