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 변하고 있다. 배당금이나 시세차익에 머물던 주주들이 구조조정, 경영진 사퇴 등 기업 경영에 적극 참여하는 경우가 늘면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시 부진에도 불구하고 한진칼, KISCO홀딩스의 주가가 한 달 사이 각각 16.60, 9.24% 급등했다. 최근 주주들이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면서 주주 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조정장세가 지속되면서 손실을 줄이기 위해 기업에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보내는 주주들이 늘고 있다.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 주식 가치를 높이기 위한 요구뿐만 아니라 경영진 일가의 횡령, 기업 사업 전략과 관련해서도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고 있다.
증권가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일부 대주주와 오너 가문에 좌지우지됐던 기업지배구조가 주주 중심으로 변하면 주가도 오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가 투명해지면 기업이 정당한 가치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된다”며 “또 투자자들의 신뢰가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이기 때문에 기업, 투자자, 수익자 모두에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증시 체질이 변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며 “대주주 지분율, 주주환원율, 자산 보유율 등이 과다하게 높은 기업들 중 개선 가능성이 큰 기업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대주주만 배부르고 소주주가 피해를 보는 현재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며 “생태계가 바뀌고 주주들의 권리가 보호된다면 코스피지수 3000포인트 달성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주 환원 정책과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치는 곳을 중심으로 투자자금이 모여들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롯데지주, 현대중공업지주, 한세예스24홀딩스, SK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나친 주주권 행사를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주주권이 적극적으로 행사되기에는 준비가 안 된 기업들이 많다”며 “가령 투자를 늘리고 있는 중소기업에 무리한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등 주주들의 개입이 심해지면 회사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