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오순민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 “가축 전염병, 이기는 방법 찾아가고 있다”

입력 2018-12-20 18:24수정 2018-12-2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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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경제적 측면서도 효과 크다”…“농가·시민 각자 위치서 최선 다해달라”

▲오순민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20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방역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효과가 크다”며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축산 농가에 겨울은 두려운 계절이었다. 가축전염병 공포 때문이다. 겨울이면 구제역, 조류 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 바이러스 활동이 왕성해지고 바이러스 매개 역할을 하는 철새도 많아진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도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를 ‘구제역·AI 특별방역대책기간’으로 선포하고 방역 체제를 강화했다. 특히 가축전염병 방역대책 재난상황실을 중심으로 24시간 전국의 가축전염병 상황을 살피고 있다. 그 중심에서 방역 정책을 이끄는 오순민(56)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을 20일 만났다.

◇문 대통령, 방역상황실 찾아 칭찬 = 올해 가축전염병 방역 상황을 묻자 오 국장은 “전염병을 이기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자부했다. 허풍이 아니다. 전염병으로 농가가 시름을 앓던 여느 겨울과 달리 올겨울엔 구제역이나 고병원성 AI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에서는 구제역과 AI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성과다. 오 국장과 방역정책국은 지난해에도 가축전염병 발병 건수를 예년의 10분의 1수준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오 국장은 올해 방역 대책이 성공을 거둔 요인으로 ‘신속하고 과감한 초동 조치’를 꼽았다. 그는 “지난해부터 가축전염병이 발견되면 즉시 인근지역에 이동제한 조치(스탠드스틸)를 내리고 24시간 안에 살처분을 끝내는 것으로 정책 방향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스탠드스틸이나 살처분 같은 조치가 늦어지다 보니 그 사이 전염병이 다른 지역으로 퍼져 가는 일이 많았다. 오 국장은 “지난해 방역정책국 설치도 방역 강화에 역할을 했다”며 “방역정책국이 생기면서 지자체의 방역 실무 조직도 확대됐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8월 방역 정책 컨트롤타워로 방역정책국을 신설하고 오 국장에게 첫 사령탑을 맡겼다.

농식품부와 방역정책국이 일군 성과는 문재인 대통령도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농식품부 업무보고를 받은 후 방역 상황실을 찾아 “중국, 러시아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고 있는데 우리가 잘 예방을 하고 있다는 것은 농식품부가 특별히 수고해 준 덕분이라 생각한다”며 요원들을 격려했다. 오 국장은 “격려는 감사하지만 앞으로도 잘하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며 웃었다.

◇“2010년 구제역 골든타임 놓쳤다” = 오 국장에게 아픈 기억은 구제역이 극성을 부렸던 2010년 겨울이다. 전국에서 소와 돼지 35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오 국장은 당시에도 방역 정책을 맡았다. 그는 “처음에 구제역을 오진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쳤다. 첫 발병 이후 대응을 하는 데 1주일이 걸렸다”고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상황 파악을 농장주 구술에만 의존하다 보니 농가 출입 등 현황 체크도 어려웠다”고 했다.

2010년의 실패는 정부가 방역 정책을 다시 정비하는 계기가 됐다. 오 국장은 “그때 이후 축산 차량의 GPS 장착도 의무화됐다”고 설명했다. 2010년에는 농가를 오가는 차량을 정부나 지자체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구제역이 전남북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으로 퍼졌다. 그는 “축산 차량 이동을 정부가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질병 통제도 쉬워졌다”고 말했다.

◇‘오리 사육제한’ 반대 목소리 줄어 = 오 국장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역 효과를 거두는 게 가장 어렵다”고 털어놨다. 방역 조치를 강화하면 농가의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동물보호단체의 경우 살처분 강화가 과하다고 비판한다. 그는 “이해관계를 전부 고려하면 방역을 하면 안 되고 방역만 하면 농가가 움직이지 않는다. 방역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다른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는 방역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방역 정책이 경제적 측면에서도 효과가 크다”는 게 오 국장의 지론이다. 방역을 철저히 하면 전염병 발병으로 인한 농가의 경제적 손실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질병에 의한 손실은 농가 소득과 직결된다”며 “누군들 싫은 소리 하는 게 좋겠냐. 방역은 축산업 보호를 위한 것이다. 과도하게 산업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면 방역은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오 국장과 방역정책국이 도입한 지난해 ‘오리 사육제한(겨울 동안 전염병 취약 농가의 오리 사육을 제한하는 제도)’ 역시 처음에는 농가나 계열화 사업자(가축 사육, 축산물 생산ㆍ가공ㆍ유통 사업 등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자)의 반대가 컸지만 지금은 ‘AI 예방의 1등 공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 국장은 “지금은 농가에서 오리 사육제한에 대한 반대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방역 인력 뽑아도 일 터지면 떠난다” = 오 국장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방역 인력 확보다. 가축방역관 등 공공 방역 인력 확보율은 70%대에 불과하다. 전문성 있는 인력이 없으면 전염병 예찰이나 초기 대응 등 방역 정책을 효과적으로 펴기 어렵다. 문제는 방역 작업이 고된 데 비해 처우가 열악해 인재를 데려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방역 업무가 많은 농촌에서 일손 부족 현상이 심하다. 오 국장은 “일이 없고 반려동물 중심인 대도시는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일이 많은 농촌에서는 사람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며 “있던 사람도 큰일이 터지면 떠난다”고 걱정했다.

오 국장과 농식품부는 방역 일손을 늘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정원을 늘리고 최대 50만 원까지 급여를 올릴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했다. 그 덕에 일손이 지난해보다 270명 늘어났다. 농식품부는 수의직 공무원의 첫 직급을 현재 7급에서 올리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오 국장은 “행정안전부와 수의직 공무원 6급 채용을 협의하고 있다. 먼저 채용된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쉽지만은 않다”고 했다.

◇“농가·시민, 각자 위치에서 최선 다해 달라” = 오 국장은 “농가와 시민이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역 수칙은 마련돼 있고 농가도 방역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다. 농가에서 할 수 있는 본분을 다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일반 시민에게도 “철새도래지 방문은 자제하고 방역을 위한 소독이 불편하더라도 공익적 측면에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오순민 국장은

국가 수석수의관(CVO)을 함께 맡고 있는 방역 정책 전문가다. 구제역, AI 대응은 물론 지난해 살충제 달걀 파동 수습까지 이끌었다. 한때 수의사로 일했던 오 국장은 방역 행정과 현장 대응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엔 구제역 확산 방지에 힘쓴 공로로 ‘대한민국 공무원상’을 받았다. 1990년 국립동물검역소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농식품부 검역검사과장, 방역총괄과장, 방역정책과장 등을 지냈다. 전북 김제시 출생으로 전라고와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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