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이 하락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 3분기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거뒀던 삼성전자의 실적 행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21일 증권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4분기 매출액 63조9000억 원, 영업이익 14조100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1%, 6.9% 감소한 규모다. 전분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4%, 19.7%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가 실적을 견인하며 올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올해 매출액 248조 원, 영업이익 62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년 전인 2015년 영업이익 26조4100억 원과 비교하면 경이로운 실적 기록을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실적 상승곡선도 꺾이게 됐다. 올해 4분기 메모리 업황은 소폭의 공급 과잉 속에 수요 약세로 돌아섰다. 데이터센터 고객은 D램 가격의 추가적인 하락을 기대하며 구매를 미루고 재고를 소진하고 있다. PC는 인텔 CPU 공급부족으로 부진하다. 스마트폰과 암호화폐 채굴기 수요 약세가 더해지면서 반도체 업황 조정폭은 예상보다 큰 상황이다.
올해 초부터 꾸준히 제기된 ‘반도체 고점’ 논란이 일부 현실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 마이크론은 2019년 회계연도인 올해 9~11월 매출액이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79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6.2% 감소한 것으로, 삼성전자 실적도 기대보다 떨어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내년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비수기인 내년 1분기에도 수요가 개선될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이며,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메모리 현물가격과 고정가격의 차이가 확대되는 점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다만, 5G·인공지능(AI)·자동차·데이터센터 등 수요처 다변화로 큰 틀에서 봤을 때 반도체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D램 수급과 관련 “수요와 공급에 따라 일시적으로 수급 불균형이 있을 수 있겠지만, 5G, AI로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고 데이터 센터 등 메모리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전분기 수준의 OLED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는 DP(디스플레이 패널)는 영업이익 1조 원대 초반을, CE(소비자 가전)은 QLED TV 판매 호조로 7000억 원대, IM(IT&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은 출하량 감소와 ASP(평균판매단가) 하락으로 1조 원 중반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모바일 AP와 이미지센서 등 주요 제품의 안정적 공급을 통해 견조한 실적 달성에 주력하며, AI·전장과 8인치 파운드리 서비스분야에서의 거래선 다변화를 통해 고객수를 30% 이상 확대 하는 등 중장기 성장 기반 마련에 매진할 예정이다. 또한, EUV를 적용한 7나노 공정의 본격 양산을 통해 기술 리더십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