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취임 후 처음 긍정평가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율의 ‘데드크로스(dead cross)’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국갤럽 조사 결과 12월 3주차 문 대통령 지지율은 45%로 떨어졌고 부정평가는 46%였다. 한국갤럽 기준으로 취임 초 81%, 올해 1월 첫 주 72%에서 지지율이 급격히 추락한 것이다.
역시 경제정책 실패에 따른 민심 이반이 주된 요인이다. 부정평가 이유로 설문 응답자의 47%가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을 꼽았고, 다음이 ‘대북 관계·친북 성향(17%)’이었다. 그동안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면서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운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을 밀어붙였지만 상황은 나빠지기만 했다. 일자리가 급감하는 ‘고용 참사’가 빚어졌고,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가중됐으며, 소득분배 구조 악화로 빈부 격차는 더욱 심해졌다. 혁신 성장은 아무 성과도 없다. 투자와 소비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 또한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지지율 추락은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는 국민의 질책이자,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벌써 조짐이 뚜렷하다. 핵심 지지층이라는 민주노총이 여러 노동 현안을 두고 정부와 각을 세우고,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관련된 여권 분열, 최근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으로 정국 혼란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 그걸 말해 준다. 문 대통령 국정 운영 동력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몹시 위험한 상황이다.
대통령 지지율의 최대 변수는 경제와 민생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눈에 지금 정부는 경제보다 과거 정권 지우기를 위한 ‘적폐청산’에 매몰돼 있고, 북한 비핵화는 기약도 없는데 ‘남북관계 개선’에 올인하고 있다. 경제는 그 다음이다. 게다가 잘못된 경제정책에 대한 시장의 끊임없는 경고, 전문가들의 합리적 비판과 해법 제시마저 외면하고 있다.
지지율의 데드크로스 상황을 여권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경제를 최우선 순위에 둔 국정 쇄신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그동안의 반(反)시장·친(親)노동 정책 기조는 민생만 더 힘들게 만들었다. 이제 정책 노선의 일부 수정 의지를 보였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대통령 말도 안 먹힌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부작용 보완을 강조했는데,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계산 때 ‘주휴시간’을 포함하기로 했다. 경영계가 강력 반대했고, 대법원 판례와도 어긋나는 조치다.
어떤 정권이든 경제문제 해결로 국민 삶이 더 나아지게 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실패로 귀결한다. ‘포용성장’이니, ‘공정경제’니, ‘경제민주화’ 같은 알맹이 없는 구호에서 벗어나, 시장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기업 현장의 목소리부터 귀담아 들어 정책 방향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그것이 지지율 추락에서 나타난 민심의 요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