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감반 논란 격화…차관급 인사 교체 요구하는 연판장 돌아
지지율 하락세 속 악재 속출…문 대통령 민생행보 집중할 듯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음주 운전에 이은 특별감찰반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항 갑질’ 의혹이 제기돼 비난 여론이 거세다. 여권이 총체적으로 나사가 풀린 모습이다. 일각선 “대선에 이은 6·13 지방선거 압승으로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린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김정호 민주당 의원은 20일 김포공항에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보안 요원에게 고압적인 언행 등 ‘갑질’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야당은 일제히 김 의원의 ‘갑질’ 의혹을 비난했고, 특히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공항갑질폭언 처벌법(항공보안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원의 ‘공항 갑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전 대표의 ‘노 룩 패스(No look pass)’, 김성태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의 ‘신분 패스’ 등 갑질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김 의원의 갑질 논란은 청와대 특별감찰반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서 발생해 그 파장이 크다. 또 박용진·제윤경 의원 등 민주당 의원 20여 명이 차관급인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교체를 요구하는 내용의 연판장을 돌린 것으로 알려지는 등 내부 갈등도 표출됐다.
청와대 민간인 사찰 논란은 나사 풀린 청와대의 종합판이다. 청와대에선 최근 경호원의 민간인 폭행 사건과 김종천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 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한 터다. 이들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번 ‘갑질’과 음주운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지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발생한 것이다.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의식한 듯 민주당은 매년 1박 2일 일정으로 열었던 의원 워크숍을 하루 일정으로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기로 했다. 이번 워크숍에서 민주당은 내년 국정 운영 기조를 ‘민생’으로 정하고 이달 중순부터 전국 민생현장에서 보고 들었던 ‘청책(聽策) 투어’ 결과를 공유하고 정책과제를 만들기로 했다. 청책은 ‘경청’와 ‘정책’의 뒷 글자를 따서 만든 말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정책과 법안에 녹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민주당이 의원 전원 참석하는 의원 워크숍을 간소화한 또 다른 이유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하락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2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긍정평가보다 부정평가가 높게 나오는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나타나 위기론을 고조했다. 청와대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를 돌파하기 위해 내년 경제 초점을 경제·민생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현장 행보를 더 늘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내년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대대적인 청와대 참모진 인사개편을 고려했던 문 대통령의 결단이 잇단 기강 해이 사건을 계기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