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오늘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개성 판문역에서 갖는다. 우리 쪽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북측에서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방강수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한다. 남북 양측은 그동안 개성∼신의주 구간 경의선과 금강산역에서 두만강역까지 동해선 철로 및 시설, 동해선 도로 북측 구간, 고성∼원산 도로 등의 점검을 진행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평양정상회담 때 ‘연내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착공’에 합의한 공동선언의 실행이다. 북한을 통과해 중국과 러시아를 육로로 연결한다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일환이기도 하다. 21일 열린 한국과 미국의 워킹그룹 2차 회의에서는 착공식을 위해 북측으로 반출되는 장비와 물자에 대한 제재 예외적용에 합의했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도 제재 면제를 승인했다.
그러나 더 이상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착공 후 본격적인 공사는 언제 가능할지 알 수 없다. 미국과 UN의 대북 제재 완화, 또는 해제의 전제조건인 비핵화가 아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북의 비핵화는 오히려 더욱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은 물 건너갔고,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비핵화 논의를 위한 2차 정상회담 개최도 아직 불투명하다. 게다가 북은 “비핵화는 우리 핵 억제력을 없애기 전에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제재로 비핵화의 길이 영원히 막힐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자신들의 비핵화에 앞서, 핵우산을 비롯한 미군의 한반도 주변 핵전력을 없애라는 주장이다. 이는 미국과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북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와 크게 엇나가는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비핵화 이전까지 제재 해제는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정상회담에서도 북의 완전한 비핵화 때까지 제재를 유지하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최근 방한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인도적 지원 목적의 북한 여행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협상의 판을 깨지 않고 북미회담의 동력을 살리려는 유화(宥和) 제스처로 보인다.
어떤 남북협력사업도 지금으로서는 구체화하기 어렵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가 선행돼야 하고, 두말할 것도 없이 비핵화의 실질적 성과가 그 필요조건이다. 북이 핵을 버리지 않는 한 남북 간의 수많은 합의는 무의미하다. 지금 우리가 남북 협력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그것으로 비핵화를 견인할 수는 없다. 본질적 문제인 비핵화의 전환점을 만드는 것이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돼야 한다.